7살, 8살 아들과 전라도 배낭여행-2

2일차, 신나는 물놀이 목포의 섬에서 하룻밤, 목포 외달도

by 윤부파파
왜 하필 전라도 배낭여행인가


충청도가 고향인 아빠와 경상도가 고향인 아내와 아이들.. 아내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지금은 세종인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자랐다. 평생 충청, 대전에서 살 것만 같았는데 직장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경상도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들이 다 경상도에서 태어났으니 이 녀석들은 고향은 이제 경상도가 되었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경북 구미는 경부선이 지나가고 있어 웬만한 곳은 여행하기 좋다. 고속도로나 기차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게다가 큰 도시인 대구도 지척에 있으니 공항이용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전라도로의 여행은 불편한 감이 다소 있다. 특히 대중교통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기차와 버스 편을 모두 알아봤는데 예전에 비해 운행하지 않는 구간도 늘고 운행 편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왜 전라도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을까?


어릴 적 지구본을 자주 들여다봤다. 지구본에서 본 우리나라는 정말 작았다. 서울, 대구, 부산 말고도 큰 도시들이 많고 많은데 정말 선발하고 선발해 꾸역꾸역 지명을 써놓을 정도이니 말이다. 반면 러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는 지구본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정말 구석에 자리 잡은 어느 도시 이름을 보며 이런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과연 이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연스럽게 지구 곳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큰 지구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전에, 지구에서 정말 작디작은 우리나라도 곳곳에 다양한 곳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전라도를 찾게 된 것 같다. 평소에는 가기 힘들었다. 큰 마음을 먹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1일 1영어 과제

오늘 하루는 1일 1영어 과제로 시작했다. 여행을 이어나갈 하나의 큰 명분이 되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이러한 과제를 해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다는 기대보다는 하루의 루틴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그 차곡차곡 성실함과 꾸준함을 기대해 본다.

소금 선물, 게스트하우스 안녕~!

어제 늦은 오후에 도착했을 때 정말 반갑게 우릴 맞이해 주셨던 사장님, 아침에 잠깐 뵙고는 뵐 수가 없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아이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큰 따스함을 선물 받았다. 그래서 어제 염전에서 소금 체험을 하고 받아온 천일염을 주방에 두고 문자로 안녕 인사를 드리고 목포항으로 길을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안녕~

그런데 마침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데 자전거를 끌고 오시는 사장님. 커피를 선물로 주시고 기념사진도 찍어주신다. 우리 여행이 안전하게 끝나기를 아주 기쁘게 응원해 주셨다. 다음에 목포 여행을 꼭 다시 오고 싶어졌다. 수다방 게스트하우스에도 꼭 묵고 싶다.


그렇게 사장님과 작별하고 게스트 하우스 주변에 있는 아주 유명한 빵집 크롬방 제과점에 들렀다. 오늘은 섬에 들어가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아침 먹을 것을 구입하기 위해서이다. 어제저녁에 봤을 땐 빵을 구입하기 위해 줄이 길었는데 아침 일찍엔 한산했다. 아이들과 배낭을 메고 들어가서 빵을 구경하고 있으니 사장님 같아 보이시는 분께서 아이들에게 빵을 선물로 주셨다. 덕분에 다음 날 아침까지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목포역에서 목포여객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점심거리나 마실 것 등을 구입했다. 우리가 오늘 갈 외달도라는 섬은 작은 섬이기 때문에 섬 안에 슈퍼가 없다고 한다.

배 타러 가요

어제 천일염 체험에서 받은 밀짚모자를 여행 내내 쓰고 다녔다.

각자 배낭을 메고 우리가 타야 할 배로... 항상 배를 타는 것 설렌다.

좌식 공간

1층은 차량이 2층은 사람들이 탄다. 2층은 입식과 좌식 공간이 있다. 우린 당연히 가방을 놓고 편하게 누워갔다. 그런데 에어컨이 정말 심하게 가동 중이라 너무너무 추웠다. 겉옷을 입고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안에만 있기는 지루하니 밖으로 나와 주변 풍경도 구경한다. 멀어져 가는 것이 있고 가까워지는 것도 있다. 지나처가는 것도 있다. 출렁이는 물결, 시끄러운 엔진소리 정말 색다른 것들 투성이다.

신기한 배도 지나가고 다리 밑도 통과한다. 누군가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풍경이지만 우리에겐 정말 색다리고 신비롭기만 하다.


배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아직까진 혹시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불안한 아빠는 졸졸 아이들을 쫓기 바쁘다.

달리도, 율도를 지나야 외달도에 도착한다. 외달도는 이 중 가장 작은 섬으로 섬 주민 이외에는 차량 운행도 안 되는 듯하다. 달리도에서 많은 분들이 내리셨다.



외달도

우리도 외달도에 도착했다. 내리는 사람들은 설렘을 안고, 타려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안고,

외달도해수풀장에 도착했다. 정말 큰 규모, 평일이라 그렇겠지만 정말 사람들이 없다. 한산하다.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나..

주변을 보다 저 멀리 수박 튜브공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잃어버렸던가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이겠지. 우리는 배낭여행이라 튜브하나 챙겨 오질 못했다. 가서 냉큼 가져와 깨끗하게 씻고 하루 동안 아주 잘 사용했다.

배낭을 메고 온 우리 아이들 때문인지 라이프가드 분들이 선뜻 우리에게 유니콘 튜브를 빌려주셨다. 어딜 가나 친절함에 오늘도 기분이 좋다. 해수풀장이라 물이 매우 짜다. 오늘은 정말 무더운 날씨였다. 덕분에 빨래가 아주 잘 말랐다...

편의점에 컵라면과 햇반을 사 왔다. 아뿔싸, 이소가스를 챙기질 못했다. 라이프가드분에게 이소가스를 파는 곳이 있냐고 여쭤보았는데 없단다. 매점에서 돈을 내고 뜨거운 물을 받아야 했는데 살콤 포트기에 물을 데워다 주셨다.

점심 먹은 것 소화도 시킬 겸 반대편 외달도 해수욕장에도 가본다. 이곳에도 라이프가드 분이 계시다. 살짝 야영할 수 있는 곳을 여쭤보니 해수욕장 데크에서 하루 묵고 가라고 하신다. 대신 해가 지고 해수욕장 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마지막 배편이 떠나갈 무렵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타기 떠났다. 대부분이 당일로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 오시는 듯하다. 우리는 18시까지 아주 꽉꽉 채워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우리들만을 위한 수영장.

우리만 있어 좀 눈치가 보였는데 라이프가드 분들도 웃통을 벗고 같이 수영을 했다.

안녕 해수풀장.

정말 신나게 놀았고 피부도 신나게 불긋불긋 해졌다.

외달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라이프가드 선생님.

아이들 오토바이 타고 섬 한 바퀴 구경시켜 주신다고 슝

멀어져 가는 오토바이, 아빠는 감사하면서도 노심초사 불안 불안하다...

아이들에게 이곳저곳 보여주시고 통발도 보여주셨단다. 통발이 비어있어 저녁 때 다시 만나기로 한다.

오토바이를 따라가다 보니 낮에 갔던 지름길이 아닌 우회길로 접어들었다. 덕분에 외달도의 모든 곳은 들려본 것 같다. 인터넷에 많이 나오는 한옥 민박도 지나가 본다. 다음에 아내까지 와서 민박집에서 하루 이틀 편하게 묵고 가면 좋을 듯하다.

돌고 돌아 섬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점점 낮아지는 태양, 오늘의 일몰이 기대된다.

원래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먹지 못하게 하는데, 오늘은 저녁으로 치킨을 포장했는데 콜라가 같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콜라는 내가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야영지로 가는 길에 첫째가 "아빠 콜라가 빵꾸났어 새나 봐!" 한다. 콜라 옆구리에 아주 작은 구멍이 생겨 콜라가 귀엽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선물 같은 콜라 한 잔씩, 트림 세 번 꺼억~!

아빠는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저녁 식사

과연 아이들은 일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을 하긴 할까? 눈부시다고 귀찮아할까?

하루 묵어갈 집을 짓고, 뒤늦은 저녁식사.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는가.

해는 산너머로 넘어갔지만 아직 하늘은 붉다. 누군가는 아직 일몰을 보고 있겠지. 지구는 둥글잖아. 얘들아.

저녁을 먹고 산책을 갔다가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씻었다. 그리고 바로 텐트로 와서 잠을 청했다. 아이들도 나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너무너무 더웠다. 아이들 선풍기 바람 쐬주느라 혼이 났다. 그렇게 아이들은 다행히 잠들었지만 나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다시 한번 여름에 캠핑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매해 여름 반복되는 망각과 깨달음.


배낭여행 기간 이동 시간이 가장 짧았던 날이다. 수영까지 신나게 원 없이 하고 콜라도 먹고 치킨도 먹고 아이들에게 더위와 불편한 잠자리만 빼곤 여행 중 최고의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날,

'내일 순천에 가서 텐트를 집에 택배로 보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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