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이라는 예쁜 꽃이 있지요.
경칩이 지나야, 추운 겨울 푸른 잎 사이에 새빠알간 동백꽃.
겨울에 피는 꽃이지만 이제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알리는 듯 반갑기도 한 꽃입니다.
그런데 뜬금없는 동백이 금오산은 뭐냐
금오산에 동백나무 군락이라도 있는건가?
아쉽게도 아직 금오산에서 동백꽃을 보지는 못했답니다.
재작년 등산을 좋아하게 된 이후 알게 된 등산용어 중 하나가 '동백' 혹은 '동백이' 입니다.
요즘 첫째가 자꾸 단어를 줄여 말해서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곤 하는데...
이 동백이란 등산 용어도 줄임말입니다.
'동네산 백번'의 줄임말이지요.
멀리 차를 끌고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을 다녀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래서 다들 동네에 있는 산을 자주 찾곤 하지요. 우리나라에 아마 동네산이 없는 지역은 없겠지요? 크던 작던 집 주변엔 항상 산이 있지요.
서울 사람들은 관악산이나 사패산 같은 멋진 산이 동네산이 될 수도 있고, 하동이나 구례에 사는 분들에겐 지리산이 동네산이 될 수도 있겠지요. 혹은 별로 유명하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 동네산인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동백이 산은?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금오산입니다.
제가 처음 금오산에 올랐던 것은 2018년이었던 것 같아요. 그 해 구미로 학교를 옮기고 사제동행으로 따듯한 봄날 5월에 금오산 현월봉을 올랐던 게 금오산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때 기억엔 참 돌이 많고 힘든 산이구나 생각했었어요. 학생들과 오르며 담임으로서 힘들다 말도 못 하고 아이들 챙기느라 별 감흥 없이 그냥 '힘든 산'으로만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산도 싫어하고, 걷는 것도 싫어하던 저는 코로나라는 역병을 만나게 되었고, 집에서만 갇혀있던 그 시절 아이들과 잠깐씩 동네 뒷산으로 마실을 자주 가면서 산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그 해 겨울, 눈 내리는 산행을 하곤 완전히 산에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산꾼들이 농담으로 말로 '산뽕'에 취해버렸지요.
마침 첫째 초등학교 입학으로 1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한 해 목표 중 하나를 금오산 100번 오르기로 정했습니다.
겨울에는 항상 금오산이 보이는 곳을 지날 때면 정상부가 하얀 모자를 썼나 지켜봤습니다. 정상에 새하얀 눈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산으로 달려갔지요.
따듯한 봄엔 청솔모도 만났고요.
아이들과도 2번 정상 산행을 함께 했습니다.
야간에도 올라와 보고
푸르른 잎 무성한 금오산도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일몰 산행, 정상에서 먹는 치킨, 콜라, 맥주 한 잔 잊을 수가 없어요.
멋진 일출과 운해...
한 시간 넘게 자리를 뜨질 못했어요.
그렇게 총 52회 금오산 현월봉 산행을 했네요.
무더운 여름과 수영 강습 시작으로 잠시 주춤했던 금오산 산행, 2024년이 끝날 때까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과연 올해 안에 100번을 오를 수 있을런지...
100번이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제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산행을 이어나가 볼까 합니다.
나의 동백이 금오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