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덕분에

by 윤부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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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algorism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 여러 단계의 유한 집합으로 구성되는데, 각 단계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연산을 필요로 한다.


요즘 유튜브 어플을 켜면 언제나 나의 주의를 끄는 영상들이 대문을 장식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어플을 켜면, 내가 요즘 찾아보고 있거나 구입하고 싶은 물건들의 광고가 끊임없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면 내가 하고자 했던 일에서 멀어져 정신에 팔려 장바구니에 담기 바쁜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요즘 부쩍 아침에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 반 아이들의 보통 취침 시간은 자정이 넘는다. 컴퓨터 게임을 하기보다는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잠든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유튜브, 인스타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들에 심취해 잠자리에 핸드폰을 부둥켜안고 누워 있다 잠든다.

자극적이고 사용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영상들, 그것도 짧고 간결하며 강력한 영상들은 나의 작은 손짓 하나에 넘어가고, 또 다른 (유익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영상들로 대체되니 이 마법적 영상들로부터 헤어 나오기는 쉽지가 않다.

나 또한 가끔 기억 속에 남지도 않을 법한 영상을 몇 십 분씩 보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럴 때일수록 "핸드폰을 멀리 해야지" 되내어 보지만 단칼에 가르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이 알고리즘 덕분에 내 두 눈과 귀가 호강을 했다.

지난주 동문회 회식 중 노래방을 들렸는데 선배님들의 옛 노래에 옛노래들을 흥얼거리며 며칠을 보냈다. 라이브 영상을 보고 싶어 유튜브를 켜고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을 검색했다. '역시 음악은 라이브지.'라고 생각하며 옛사람들, 그때 그 시절 유행했던 옷들과 요즘 SNS에서 풍자되던 서울 사투리를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추천 영상이 떴는데 1990년대 후반 인기 있던 이소라의 프로포즈 "리마스터링" 영상이 떠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침 영화배우 박신양이 나온 편이었다. 노래도 좋지만 진행자였던 이소라와 근황 이야기 하는 것이 참 듣기 좋았다. 옆의 재생목록에 1996년 10월 19일의 1회부터 1998년 2월 15일 68회까지 보고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영상들이 한가득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이소라의 프로포즈 정주행하며 옛 추억에 잠겨봐야겠다.


가끔은 나의 죄 없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알고리즘, 그래도 오늘은 그 덕에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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