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어둠이 찾아왔어

레모니 스니켓 글, 존 클라센 그림

by 윤부파파

원작은 The dark이다. 문학동네 출판사에 나왔고 옮긴이는 김경연이다.

누구에게나 잠자리에서 어둠과 싸워야 했던 기억


항상 잠자리에 들면 왜 의자는 항상 날 나를 보고 있는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그 의자에 귀신이 앉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숨 크게 쉬고 용기 내어 이불을 벅차고 의자 머리를 돌려 책상 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곤 했었다.


때로는 살짝 열려있는 벽장문틈으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만 같기도 했다. 그냥 닫아버리면 언젠가는 열고 나올 것 같아서 가슴팍에 힘을 팍 주고 활짝 열어 보란 듯이 확인하고 열리지 않게 단단히 닫고 이부자리로 돌아오기도 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흔들리던 창문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내도 대체로 어둠이 가지고 오는 무서움은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등산을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레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면 2, 3시간 전에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해뜨기 전의 어둠이 가장 어두운 법이란다. 낮에도 수십 번을 오갔던 등산로이지만 어둠이란 나의 오감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특히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았다.

10분 넘게 삐그덕 되던 배낭 잡소리에 등간이 서늘했던 적도 있고, 갑자기 앞에서 뛰쳐나간 멧돼지인지 고라니인지 때문에 뒤로 나자빠진 적도 있다.


어둠은 우리의 무섬증을 날로 날로 키워간다. 자꾸만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에 상상을 더해가게 된다.


그래도 이러한 어둠도 적응이 된다.

내가 잠들기 전 의자를 돌려놓기 위해, 살짝 열려 있는 벽장을 확인하기 위해 마음먹기부터 의자를 돌리고 벽장을 닫는 것이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샘이고 어둠과 조금은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사실 어둠과 친해지기보다는 무덤덤해지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의 라즐로는 해 질 녘 길어지는 그림자로 인해 무서움이 커져만 간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어둠.

그 어둠은 아침엔 책장 뒤에 혹은 서랍 안에 숨어 있곤 한다. 그래도 대부분은 지하실에서 지내고 있다.

라즐로는 어둠과 인사하고 싶다. 친해진다기보다는 인사를 하면 어둠이 자신의 방애 찾아오자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둠이 라즐로를 찾아왔다. 그리고 라즐로를 부른다.

방 밖으로, 계단 밑으로, 지하실 안으로, 서랍 앞으로...

어둠의 말에 따라 서랍을 열어본 라즐로는 전구 하나를 발견한다.

이제 라즐로는 환한 어둠이 없는 방에서 편히 잠들 수 있다.

다음 날 지하실 서랍으로 찾아갔지만 어둠은 어디 갔는지 대답이 없다.

어둠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라즐로 마음속에만 존재하던 상상의 존재인 것이다. 항상 무서워하던 지하실을 용기 내어 찾아간 라즐로는 드디어 자신의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어둠을 몰아낸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의자를 돌리고 벽장을 확인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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