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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부파파 Nov 26. 2024

시골 강아지

마을버스에서 내리면 작은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 앞부터 저 앞까지 넓은 논들이 펼쳐져 있고, 그 끝에, 산자락 앞으로 삼삼오오 집들이 모여있다. 그 초입에 빨간 대문집에서 난 태어나고 자랐다.

30년 전에도 읍내에서 하루 5번 버스가 들어왔다. 큰 건물이래 봐야 마을회관 2층 건물이 제일 높은 촌동네였다.


우리 집 마당엔 항상 강아지들이 있었다. 내 기억을 스쳐 지나간 강아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검둥이, 흰둥이, 백구, 흑구 등 이름도 가지각색이었다. 어느 시골이나 그렇듯 이웃에 새끼가 생기면 한 마리씩 나누고 나누어주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었다.


학교 다녀오는 길, 우리 집은 작은 오르막길 위에 있었다. 오르막길에서 대문까지는 약 10m 정도 되었는데 가방을 멘 내가 오르막길에 진입하면 소리 때문인지 냄새 때문인지 많은 새끼들 중 한 마리가 대문 밑으로 머리를 빼꼼 꺼내 주변을 살핀다. "멍" 소리와 함께 10마리 새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내 바지도 온통 흙투성이가 된다.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손을 내어주면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다.


어느 추운 겨울 우리 집 백구는 배 속에 아기 강아지들이 많이 생겼다. 엄마는 춥다고 이제 조금 있은 새끼들 나온다고 두꺼운 이불을 개집에 깔아주었다. 며칠이 지나 엄마가 누나와 나를 급히 부른다. 백구가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가보 이 백구는 주인도 몰라보나 으르렁 거린다. 다음날 백구 먹이를 주고 누나와 빼꼼 보니 이불속에서 작은 것들이 꼬물꼬물 거린다. 앞도 못 보고 듣지도 못하고 어미 젖을 찾아 낑낑거리고 수없이 기어 다닌다. 3일 째나 돼서야 강아지들을 안아 볼 수 있었다. 작은 생명이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내 손 위에서 낑낑거리며 꼬물거리는 강아지의 촉감을 잊을 수가 없다. 걱정스러운 백구의 눈빛도 잊을 수가 없다.


며칠이 지나고 엄마가 누나와 나를 부른다. 추워서 강아지 한 마리가 죽었다고... 그 작은 것이 동태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굳어 있었다. 누나랑 한없이 슬피 울었다. 마당 한편에 조심스레 묻어주었다.


그래도 강이지 형제들은 부쩍 자랐다. 꼬물거릴 때도 귀여웠지만 발발 거리고 마당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엄마는 예방접종을 해줘야 한다며 강아지들 목덜미를 덥석덥석 잡아당겨 주사를 놓았다. 누나와 나는 강아지들 아프게 잡는다며 노발대발했었다.


우리 집 마당을 거쳐간 수많은 새끼 강아지들 때론 이웃집으로 때론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고 땅속으로 가기도 했다. 어느 날 이제 훌쩍 커버려 귀여움이란 없어도 나를 보면 신나게 꼬리를 흔들던 새끼 없는 어미 개 한 마리만 덩그러니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어미개는 왜 그런지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겁에 질려 있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목에 줄을 걸어 어미개를 데려갔다.

누나와 나는 몇 날을 울고 울었다.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요즘 부쩍 아이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여건이 된다면 강아지를 꼭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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