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옆 반 선생님
10여년 전, 첫 발령지에서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내 나이 27살이었고 우리 반 아이들과 10살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처음 교실에 들어갈 때 아이들의 환호성을 잊을 수가 없다. 옆 반은 나의 아버지뻘 되는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으셨다. 우리 반과 옆 반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나는 그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아이들에게 아주 핫한 게임도 한참하고 있을 때라 아이들과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사용하는 유행어에도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옆 반 담임선생님은 근엄 그 자체였다. 점잖으셨으며 말 수도 적으셨다. 약간 괴팍한 면도 고집도 있으셨다. 아침 시간 아이들에게 한자를 쓰도록 하시기도 했다. 옆 반 수업에 들어갈 때면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 흉보기에 바빴고 그럴 때면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4월이 지나 5월에 접어들 때쯤이다. 이 세상 모든 담임 선생님들은 본인 반에 대한 평을 듣곤 한다. 1반은 수업태도가 좋다. 2반은 수업하기가 좀 힘들다. 3반은 유쾌해서 수업할 맛이 난다. 와 같은 평가들이 쏟아진다.
우리 반은 어땠을까?
우리 반은 너무 자유분방해 선생님들께서 수업에 들어가면 힘이 든다 하소연하셨다. 반면 옆 반은 수업시간에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이라는 말씀들을 자주 하셨다.
옆 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담임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것 같았다.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 언제나 그 기준을 적용하셨던 옆 반 선생님이시다.
자유는 정말 달콤하고 짜릿하다. 하지만 통제가 없는 무한한 자유는 오히려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아이들과 점점 친구가 되어 갔던 것 같고, 옆 반 선생님은 점점 스승이 되어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진정한 도움을 주는 선생님 말이다.
지금 그때 옆 반 선생님은 퇴직을 하셨고 얼마 전에 뵈었을 땐 정말 재미나게 살고 계신지 1도 늙지 않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그 선생님에 대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구로 같이 출장 갔을 때 일이다. 그 선생님의 차량을 타고 출장을 갔었는데 돌아오는 길 주유를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운전석 선 바이져에서 퀴퀴 묵은 두꺼운 수첩을 꺼내셨다.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한 10년은 사용한 듯 보였다. 그 수첩에 오늘 날짜, 주유소 브랜드와 주소, 주유량과 단가, 총금액을 수첩에 메모하시고 출발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 생각했었는데...
아.. 이 분은 나랑은 종 자체그 다른 건가 하는 생각이...
새학기가 되어 학급운영에 대해 생각할 때면 항상 그 때 그 옆 반 선생님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