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이제 기념일은 챙기지 않는다. 물로 아이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에는 꼭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준다. 우리 부부의 각자 생일에도 케이크에 촛불도 켜지만 서로 선물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기념일도 맛난 외식으로 끝이다.
매번 서로 뭐가 좋을지 얼마 받지도 않는 용돈을 모아 좋은 선물을 사줘야 하나 고민을 매번 했었는데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찌 됐든 선물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선물이라 하니 떠오르는 물건이 별로 없다.
근래 수영을 자주 또 나름 열심히 다니고 있다. 휴직을 했을 때는 오전시간을 이용해 수영을 다녔는데 이제 복직을 하고 새벽 수영을 한 달째 다니고 있다. 며칠 전부터 수영할 때 쓸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계속 찾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거 내가 사줄게 사"라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더도 덜도 묻지 않고 "알겠어. 그럼 지금 바로 내 용돈으로 먼저 살게." 하고 바로 주문을 했다.
덕분에 요 며칠간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다.
올해 친목회 총무를 맡아 3월 회비 정산을 하고자 통장을 살피는데 아직 아내에게 이어폰 값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선물인가 선물이 아닌 것인가.
오늘 집에 가서 빨리 아내에게 이어폰 값 달라고 해야겠다. 그래야 그 이어폰이 나에겐 선물이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