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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어릴 때 엄마 아빠는 참 잠이 없었는데, 항상 티비도 뉴스만 보고...

by 윤부파파

휴직 때 배운 수영을 복직 이후에도 계속하기 위해 새벽 수영을 3월부터 다니고 있다. 3월부터 아내가 휴직을 했고 저녁시간에 수영장을 가야 해서 나는 새벽에 가야만 한다. 06시 20분 수업에 맞춰 가기 위해, 그리고 수영장이 오픈하는 시간인 06시까지 가기 위해서 05시 30분에 1차 알람을 맞춰놓고 05시 40분에 2차 알람을 맞춰놓는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1차 알림이 울리는 05시 30분에 바로 기상하기는 한다.

새벽에 일어나 씻지는 않는다. 수영장에 가서 어차피 씻어야 한다. 수건을 바구니에 챙기고 옷을 입고 냉장고에서 삶은 계란 두 개와 짭짤이 토마토 두 알을 도시락통에 넣고 현관문을 나선다. 항상 반겨주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는 항상 지하 2층이나 지하 3층에 가 있다. 어느 부지런하신 분이 내려가신 모양이다.


차를 타고 아파트를 나오면 며칠전만 해도 캄캄한 새벽이었지만 요즘은 여명의 밝은 아침이 날 맞이해 준다. 차가 없는 도로를 달려 수영장에 도착한다. 수영장까지는 적막한 공간을 지나온 듯하지만 수영장 주차장에서부터 활기가 넘친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내부 키오스크에는 티켓팅을 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수영장 내부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한참 잠자고 일어날 시간이지만 여긴 새벽 시장처럼 활력이 넘친다. 저녁 강습 시간보다 새벽 강습 시간에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항상 같은 시간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은 이제 얼굴이 익숙하다. 07시 10분까지 강습을 하고 샤워장이 복잡해 25분까지 초급 풀에서 몸을 풀다가 나온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은 항상 이 시간에 샤워실에서 만난다. 무언의 인사를 하고 각자 할 일을 하고 학교로 출발한다.


07시 40분. 차 안에서 도시락통에 가져온 계란과 토마토를 먹으며, mbc 대구 라디오 김묘선씨 목소리를 들으며 출근한다. 차가 막히는 구간도 있지만 나의 출근길은 많은 이들의 출근길과는 반대길이기에 한산하다.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급하디 급한 분들도 지나간다. 매일 마주치기에 차종도 차번호도 저절로 외워졌다. 학교에 8시쯤 도착하고 교무실에 올라와 메시지를 확인하고 수영복을 살포시 책상 밑에 널어두고 8시 5분에 교문지도를 위해 교문으로 나온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과 "안녕" 인사하며 학기 초엔 기계처럼 반복되는 인사말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익혀서 그런지 하나하나 학생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인사하니 어색하지도 않고 마음도 뿌듯하다.


35분쯤 우리 반 교실에 들어서면 한 두 명은 꼭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다. 히터를 끄고 창문을 한 두 개쯤 열고 일어나자고 얘기한다. 꼭 한 명은 그 소리에도 누워있다. 그러면 가서 지그시 손목을 잡으며 "일어납시다." 이야기하면 움찔하여 일어난다. 아이들에게 5분간 잔소리를 퍼붓고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시작해 보자고 한 다음 교실 문을 나선다. 발령받고 몇 년간은 아침 조회시간이 참 지옥 같았는데 이젠 1시간을 줘도 잔소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화요일 빼고는 모든 요일에 오전 수업이 있다. 그래도 수요일은 4교시 수업이 없다. 그래서 화요일과 수요일은 일찍 점심을 먹는다. 학교 밥이 참 맛있다. 복직을 하고 가장 좋았던 부분이 바로 급식을 먹는 다는 것이다. 늘 한 가지 반찬이나 국과 밥을 먹는 것이 아닌 때운다는 느낌이었지만 학교 급식은 반찬 가짓수도 많고 내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여사님들이 반찬을 많이 주셔서 좋다. 월화수는 방과후가 있지만 목요일은 방과후가 없다. 오후 수업도 없다. 그래서 목요일 오후 시간이 참 좋다.


16시 30분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면 아이들과 아내는 영화를 보고 있다. 저녁 반찬까지 다 준비를 해줘서 아내에게 늘 감사하다. 아내는 17시에 수영장으로 출발을 하고 나는 17시 30분 경에 아이들 저녁을 차려준다. 18시가 되면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을 가거나 놀이터로 놀러 나간다.

그러면 나에게 집에서의 자유시간이 주워진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19시 30분까지 간단히 집 안을 청소하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19시 30분에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와 씻고 수영장에서 돌아온 아내와 함께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다. 21시가 되면 가족 각자 독서시간을 갖고 21시 30분이 되면 침대에 누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22시에 잠에 든다.


그리고 내 손목시계는 다음날 05시 30분이 되면 또 다시 신나게 진동을 일으켜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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