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by 모니카

나는 늘 맑은 날씨를 좋아했다. 아침에 일어나 파란 하늘을 발견하면, 그날은 어떻게든 외출하고파 마음이 근질거렸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은 나에게 진리였다. 눈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무엇을 하든 희망과 긍정이 맴도는 날이었다. 모든 사물에 생기를 돋게 하는 햇볕이 내려앉으니, 어디 한 곳 반짝거리지 않는 곳이 없는 날, 그런 날을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2024년 5월 28일, 놀랍도록 청명한 하늘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비가 그치고 난 후 맑은 날은 꽤 있었지만, 이 날은 유독 더 반짝거리는 느낌이었다. 지하주차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눈 부시게 밝은 빛이 느껴졌고, 아파트 사이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란 하늘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내 시선은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다. 탁한 날씨와 운전으로 보지 못했던 것을 오늘은 기어이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정말 날씨가 맑다. 하늘이 너무 예뻐."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내뱉은 말이 도로 소음에 가라앉는데도 남편에게 서운하지 않았다. 파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들이 나를 위해 아름다운 그림 한 편을 보여주고 있었고, 강변을 따라 자란 나뭇잎들의 초록색이 설레었다. 나의 설렘이 남편에게도 전달되었는지, 무뚝뚝한 남편은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맑은 날만으로도 충분한데, 츤데레 같은 남편까지 더해지니, 더없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봄은 미세먼지와 황사가 툭하면 뒤덮었던 과거 몇 년과는 확연히 다른 듯하다. 이제는 맑은 봄은 볼 수 없겠구나 싶었던 심정에, 희망을 넣어주는 것 같달까.


이런 날의 행복을 남기기에 사진만 한 것이 없어,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잠시 열어보았다. 찍은 사진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모두가 나와 같이 행복하길 바랐다. 벅차고 힘든 하루여도 이런 하늘을 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했다.


5월 28일의 청명한 기운이 오늘도 나에게 이어지고 중이다. 어제는 행복으로, 오늘은 생각으로 말이다. 당장의 상황에 급급해 먼 곳을 보지 못하는 안일한 인간이기에, 날은 이렇게 한 번씩 나에게 행복과 여운을 보여줘, 먼 곳을 보라 가르쳐주려는 게 아닐까 싶은. 뭐, 이렇게 행복한 배움이야 언제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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