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밤이면 내 시간이다.

by 모니카

종일 움직였더니, 침대에 얼른 들어가 눕고 싶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곧장 숙면에 빠지게 될 것 같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이 없으니 잠든다 한 들 전혀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내려가는 눈꺼풀을 억지로 막아내며 기어이 잠을 쫓는 나다.


밤잠이 쏟아지는데도 버티는 이유는 딱 하나, 내 시간 때문이다. 나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나의 모든 시간에 아이들이 존재한다. 시간을 쓸 때도 우선순위는 아이들이다. 아이들 등원시간, 하원시간, 병원에 가는 시간에 맞춰 일정이 짜인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고. 1년 365일 거의 모든 시간이 마찬가지다.


그렇게 내 시간에 대한 목마름이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과 상관없이 내 시간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 좀 컸으니 가능할 것도 같았던 것이다. 거실에 같이 있으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고, 나는 나대로 책을 펼쳤더랬다. 촘촘하게 박힌 글자가 반가워 잠시 집중하는 사이, 소리 없이 다가온 아이들 시선이 책 위에 꽂힌다.


"엄마, 뭐 읽어?"

"소설책."

"나도 같이 읽어."


한 페이지를 다 읽지도 못한 채 소설책은 내려지고, 동화책이 올려진다. 이것저것 다 궁금한 아이들 호기심은 책 대신 노트북을 여는 날도 비슷하다. 화면에 채워지는 글자가 궁금해 등 뒤로 들락날락. 뒤통수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인기척을 어찌해야 할는지. 덕분에 집중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는, 시스템 종료 버튼을 누른다.


아마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잠드는 시간을 미루는 버릇이 생긴 듯하다. 내 시간에 대한 목마름을 잠을 버리고라도 챙기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갈증은 왜 그렇게 심했는지 모르겠다. 읽지 못했던 소설책을 꺼낸다던지, 쓰고 싶었던 글을 끄적인다던지, 것도 아니면 소파에 앉아 컴컴해진 마을 풍경을 보는 게 전부인 일상. 가끔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도 했다. 여기까지면 잠과 내 시간을 바꾼 것이 현명해 보이겠지만, 실상은 처참하다. 책은 고작 2장을 넘기지 못한 채 구겨져 있고, 소파에서 잠든 탓에 온몸이 찌뿌둥하다. 끄적이던 글은 뭔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고, 보던 영화는 저 혼자서 엔딩을 맞이한 채 멈춰져 있다.


이쯤 되면 내 시간에 대한 미련을 거둬야 정상이거늘, 나는 어제도, 곧 다가올 저녁에도 모두가 잠든 시간에 딴짓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가끔 내 시간이 뭐가 그리 소중한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시간을 갖는다 해도 그럴듯한 성과가 없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괜한 고집을 부리며 살아가는 것 같아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시간에 대한 목마름이 크고, 어떻게든 내 시간을 만들고픈 욕심도 많다.


언젠가는, 그 어느 적절한 지점에서 엄마로 살았던 나와 내 시간을 따져대며 살았던 내가 만나 좋은 균형을 이루어내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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