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와의 이별 과정을 두 아이들과 함께 했다. 아이들에게 아픈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혼자 장례를 치러야겠구나 생각했다.
"나도 같이 갈래."
"나도."
내 생각을 말했더니, 두 아이 모두 함께 하겠다 외쳤다. 듬뿍 들은 정을 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일까, 아직은 어린데 이런 상처를 남겨도 되나... 생각이 오락가락 복잡해지기만 하는 순간이었다.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싫어. 같이 갈 거야."
단호한 아이들 목소리에 더 이상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이별을 끝까지 감당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두 아이와 함께 카레를 보내게 되었는데, 이별을 대하는 두 아이의 자세가 너무도 달랐다.
카레와의 이별 앞에 꿈까지 꾸었던 큰아이는 잔잔한 파도 같아 보였다. 카레가 누운 상자를 굳이 본인이 들겠다 나섰고, 쉽사리 나에게 양보조차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도, 집에서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오늘은 학원 쉬어도 돼."
"싫어. 갈래."
"안 힘들어?"
"힘들어. 근데, 집에 있으면 더 생각날 거 같아. 그냥 학원 갈래."
평소라면 학원 쉬라는 얘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휘파람부터 불었을 아이가 그날만큼은 학원을 기어코 가야겠다고 했다. 아직 다닐 예정이었던 학원 역시, 당겨서 미리 등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도 함께. 너무나 큰 슬픔 앞에 아이는 스스로 바빠지기를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프면 울어도 되고, 슬프면 슬프다 말해도 되는 거야. 슬픔을 참으면 마음에 병 생겨."
엄마이지만, 아이 마음에 들어가 슬픔을 몰아내 줄 수 없기에 이런 당부만 할 수밖에. 힘을 내보려 하지만, 힘이 나지 않는 목소리였고, 조잘대며 이야기를 해주던 입술도 굳게 닫혔다. 웃음은 사라졌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은 게 보였다. 아이가 한걸음 걸을 때마다 아이 발자국을 따라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별 앞에 작은아이는 요란한 가을비 같은 느낌이었다. 큰 울음으로 시작된 이별이었고, 모든 과정이 이상하고 낯설어 어쩔 줄 몰라했다.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면서도 카레 얘기를 꺼냈다.
"엄마, 카레가 저기서 꼬리치고 있던 게 자꾸 생각이 나."
"지금 카레 밥 줄 시간인데."
웃으며 카레 이야기를 꺼내다가도 눈물을 뚝뚝 흘렸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집에 돌아올 때면 대성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슬픔이 없는 것 같다가도, 슬픔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며칠간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에 갔고, 며칠간 코맹맹이 소리가 이어졌다.
"있잖아. 카레가 그리운 건 알겠는데, 조금만 덜 얘기하면 어떨까?"
슬프면 슬프다 얘기하라고 해서 열심히 조잘거리던 작은 아이는 엄마의 말에 더 이상 카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학원에 가고, 태권도와 축구를 다녔다. 그렇게 슬픔이 점점 가라앉는구나 싶었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작은 아이 눈 밑으로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울었어?"
"아니."
"울어서 눈물 자국 난 거 아냐?"
"응. 조금."
엄마와 누나를 배려해 카레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작은 아이는 밖에서 혼자 소리 내 우는 것으로 슬픔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와의 통화로 위로를 받긴 했지만, 조잘거리며 카레를 생각하는 편이 작은아이에게는 더 수월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언제까지 카레 이야기를 안 하고 살 순 없으니, 어쩌면 작은아이의 방식이 더 현명할런지도 모르겠다.
깊은 바닷속에 슬픔을 숨겨둔 채 참아내는 아이와 깊은 슬픔을 오히려 드러낸 채 곱씹어 생각하려는 아이. 극명하게 갈린 두 아이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는, 보고만 있어도 아프고 또 아프다. 지금은 그저 그 어떤 방식이어도 좋으니, 슬픔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