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카레, 영영 이별

by 모니카

카레가 우리 집에 온 지 정확히 10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큰아이를 데리고 볼 일을 보기 위해 외출을 했는데, 작은아이 전화가 걸려왔죠.


"엄마, 어디야? 카레가 이상해. 빨리 집으로 와 줘."


울먹이는 아이 목소리에 뜀박질이라곤 1도 못하던 제가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지근거리 집인데도 그날따라 왜 그렇게 멀던지. 저보다 먼저 도착한 큰아이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카레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병원 가자. 카레 케이지 챙기고."


카레를 살펴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폐출혈이 생긴 거 같아요. 위급한 상황이니까, 일단 24시간 하는 병원으로 가보세요."


'위급'이란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얗게 되더군요.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해서 24시간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숨소리가 이상해지는 카레가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까 싶은 생각에 공포스러웠던 기억만 납니다.


"폐출혈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너무 아가이기도 하고요. 이틀 정도가 고비가 될 거 같고, 입원은 당장 시켜야 될 거 같아요."


산소공급을 받고 있는 카레를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내내 기도를 했습니다. 카레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저녁도 먹지 못했고 피곤함이 몰려왔는데도 잠은 오지 않는 밤이었습니다. 폐출혈이 생긴 아가들이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는 인터넷 글들을 보며 그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을 뿐입니다.


"카레 보호자시죠. 당장 병원으로 와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새벽 2시, 카레에게 심정지, 호흡정지가 왔다며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카레의 호흡은 다행히 돌아와 있었고 심장도 뛰었죠. 각혈을 했다는 말에 또다시 눈물을 쏟았습니다. 카레를 너무나 좋아했던 두 아이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집에 온 첫날부터 정말 예뻤던 카레였습니다. 선한 눈망울과 마주할 때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질 정도였죠.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던 귀여운 꼬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의 희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상자를 안은 채 집으로 향하는 길이 정말 무거웠습니다. 아이들은 소리 없이 울었고, 먹먹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숨을 쉬기도 힘들었습니다. 카레 상자를 거실에 내려놓고, 아이들을 억지로 재웠습니다. 누렁이 경험이 있는데도, 이런 순간은 당혹스럽더군요.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엄마."

"왜 안 자고 나와. 얼른 가서 자."

"잠이 안 와서."

"그러게. 엄마도 잠이 안 온다."

"엄마, 아까 병원 가기 전에 잤을 때, 꿈을 꿨는데. 카레가 나왔다. 근데 카레가 이제 다른 집에서 살게 됐다고, 나한테 인사하고 갔어."

"제일 예뻐했던 너한테 카레가 인사하고 싶었나 보다."


저도, 큰아이도 울었습니다. 우리가 쏟았던 마음만큼 카레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심정지가 왔던 아이가 다시 숨을 쉬며 우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눠 준 것도 고마웠습니다.


카레는 지금, 햇볕이 잘 드는 납골당에 누워있습니다.


잘 보내주었다 생각하지만, 카레가 있던 자리는 여전히 허전하고 카레를 생각하면 여전히 눈물이 흐릅니다. 영영 이별을 했으니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겠지요. 어쩌면 사는 동안 내내 귀여웠던 카레 생각이 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카레가 생각나고 보고 싶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얼평 거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