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토닥여주는 책

by 모니카

책을 가까이 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기에 집어보았지만,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었다. 어려운 책은 어려워서 읽기 힘들고, 쉬운 책은 가볍게 느껴져 읽기 싫었다. 자만이 낳은 핑계 무덤이다. 억지로 한 권 읽고는 모든 책을 다 읽은 것처럼 구는 통에 제자리 걷기만 얼마나 했는지. 우스운 건 그 와중에도 책 쇼핑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굳이 서점을 찾아가서 책 쇼핑을 하노라면 저절로 지적 이미지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서점에 쭈그려 앉아 책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나, 서서 읽는 사람들을 보면 내 눈에는 그저 멋있어 보였다. 그야말로 책을 소프트웨어 채우기가 아니라 하드웨어 꾸미기로 생각한 것이다. 구입한 책은 그대로 책장에 꽂혀 먼지만 켜켜이 쌓여갔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허공에서 사라지는 입김과 무게를 같이 했다.


책을 좋아라 하는, 독서모임에 가입한 지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책을 이미지용으로 구입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독가인 지인은 만나기만 하면, 책 이야기였다. 글을 쓰려는 나에게 책이 도움 되니, 도움을 주고 싶어 그랬을 것인데. 대부분의 이야기를 나는 귓등으로 들었다. 텅텅 비어 가는 소재 곳간의 바닥을 보고서야 겨우 책을 집어 들었지만, 곳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읽기 시작한 책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 권이다. 몇 권으로 곳간이 채워질 리 없고, 글쓰기 능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도 없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책상 위에 365일, 읽을거리는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다 보면 독서량이 조금 더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


늦었다 싶을 때가 진짜 늦은 거라고는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오늘,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자기 계발서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었다. 주로 소설을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의 강렬함이 눈에 들어와 구입을 했더랬다. 역시나 첫 문장부터가 직설적인 것이 나의 성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100페이지를 넘기기까지 1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다 읽기까지는 불과 몇 시간이었다.


자기 계발서의 장점은 읽는 이에게 무한한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읽고 나자마자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증명이 되었겠지만, 자기 계발서는 웅크려 있던 용기에 힘을 실어준다. 쓸 수 없을 것 같던 글을 쓰게 만들고, 할 수 없을 것 같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프게 만든다. 덕분에 오늘 브런치에 글 하나를 발행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최근 들어 막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래들과 달리 아직까지 생활이 불안정한 상태였고,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하던 차였다. 어떻게든 풀어가고 싶단 생각에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는데, 주변 반응이 싸늘했다. '이제?'라는 반응이 많았다. 나이가 가장 큰 이유였다. 희망 한 스푼을 담아 던진 이야기였지만 파이팅이라던지, 힘찬 응원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뒷전으로 밀리는 걸 참아가며 버티라는 소리만 들었다. 혹여 새로운 이야기를 던질라치면, '씁~'하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사지 멀쩡하고, 돌아가는 걸로 보아 아직 머리도 쓸만한데 퇴물 아닌 퇴물 취급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20대 초반에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사회생활 끄트머리도 허망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던 차에 읽은 책이라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고마웠다. '쉰이어도 상관없다.'는 단 한 문장이 답답하던 속을 뻥 뚫어주었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지 나는 여전히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이룰 수 있길 바라면서 꾸는 꿈이기에 나름의 노력도 꽤나 기울이고 있다. 설혹 이 꿈을 이루게 되더라도,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어른이로 살아가길 바라서가 아니라, 꿈이라는 건 움트는 새싹과 같아서 에너지가 대단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삶이 풍성해지고 행복해진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버티는 삶이 아니라 즐기는 삶을 위해 나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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