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작업실 정리

by 모니카

오늘 작업실을 비웠다.


나를 응원하며 친구가 보내주었던 화분부터 챙기고, 책상서랍들을 열어 필기도구를 정리한다. 스스로를 응원하며 가득 채워 두었던 유통기한 지난 간식들은 쓰레기통 직행이다. 작업실을 처음 계약하며 설렜던 마음이 스친다. 글을 쓰기 위해 투자한 공간이었고,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었다. 모니터 하나, 자판 하나, 필기도구 하나를 얼마나 설레며 구입했었는지.


책장 한 편에 쌓여있는 프린트된 나의 글들이 낯설다. 곧 파쇄기에 들어가야 할 운명이지만, 첫 설렘이나 첫 기대를 상기시켜 주기에 감사하다.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니터만 보던 내가 떠오르고, 막힌 문장 앞에 한걸음 물러나 창으로 시선을 돌렸던 나도 생각난다. 글과 마주하는 매 순간이 나에게는 기쁨과 어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마무리를 하지 못해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푸르른 꿈을 꾸며, 이 작업실에서 공모전 당선이란 결과물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러하지 못했고. 내내 고민하며 담아두었던 소재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만나지 못해 마무리되지 못했다.


쌓이고 쌓인 매듭짓지 못한 일들이 결국, 작업실 정리라는 결과물이 되었다. 살다 보니 생기는 일들에 나의 꿈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있는 건 아닌가 싶어 속상한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죽을힘을 다해 달릴 수 있는지.


객관적인 상황을 빤히 알면서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나는, 작업실의 그 무언가라도 잡고 싶었는지 안방 한쪽에 책상을 두었다. 잠을 청하며 바라보는 책상의 망령은 꿈속까지 찾아와 자판을 전해주기까지 했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못난 인간에게 고만큼의 양식이라도 전해주어야 할 것 같았는지 말이다.


여전히 나는 자신 없고, 어렵다. 떵떵거리며 큰소리치던 몇 해 전의 내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놓지 못하는 내가 미련의 끝판왕이라 해도 할 말 없다. 온전히, 인정한다. 미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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