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이상 vs 현실

by 모니카

나도 우아하고 싶다. 아주 간절하게.




숏폼이 생겨나고 심심할 때면, 습관처럼 숏폼을 본다. 짧은 영상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가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이 꽤나 즐겁다. 물론 게 중에 보고 싶지 않은 숏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후딱 넘겨버리면 되는 일이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 들어 보게 된 영상 중 하나는 우아한 사람들의 특징이란 숏폼이었다. 몇 가지 간단한 예로 우아함을 갖춘 이들의 특징을 설명한다던가, 우아함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몇 가지는 나한테 해당되는 내용이었고, 몇 가지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건, 남 탓 금지, 감정절제, 이야기를 듣는 자세 같은 것이었다.


남 탓은 꽤 오래전에 버렸던 행동이다. 남 탓을 해서 해결될 일이 없다는 걸 몇 번의 경험치로 알게 됐고, 남 탓을 해봐야 자신만 더 비겁해진다는 걸 알았다. 감정절제... 이 부분은 됐다 안 됐다를 오가는 중이다. 어떨 때는 아주 놀라울 정도로 해내고, 어떨 때는 어리석을 정도로 못한다. 어리석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감정절제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인물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 부분을 가장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아주 심각하게.


얼마 전까지 친구에게 나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친구 덕에 마음이 쉽게 가라앉고,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던 즈음. 친구가 자신의 속내를 속사포처럼 내놓았던 때였다. 내내 그런 적이 없었던 친구여서 당혹스러웠고, 친구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친구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는지, 이런저런 말들을 떠들었다. 그랬더니 속사포처럼 털어놓던 친구의 말이 점점 줄어들다, 멈춰 버렸다. 그리고는.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안 될까?"


친구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잘 들어주고 있다 생각했는데, 잘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얹고 있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미안했고,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이제는 누구와 대화를 시작하든, 들어주자. 들어주자. 들어주자.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되뇐다.




우아하게 살고 싶다는 이상적 생각이 왜 우아하지 못한가에 대한 구구절절한 현실적 변명으로 이어진 걸 보면, 이상과 현실의 갭 차이가 얼마나 큰 지 또 한 번 깨닫는다. 현실이 씁쓸해도 어쩔 수 없다. 우아하고 싶은 이상적 생각은 여전히 ing고, ing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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