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하기 싫은 숙제였습니다.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미뤄두고 싶은. 어릴 적부터 유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데다, 어떤 운동이든 흥미를 느낀 적이 없는 사람으로. 굳이 내 삶에 운동을 끼워 넣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아프지 않으면 굳이 왜! 이것이 나름의 신념이라면 신념이었달까요. 가능하다면 운동과는 최대한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당뇨병 위험군에 속하시는 건 아시죠?"
"네."
"운동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하시는 운동 있으세요?"
"아뇨."
건강검진을 할 때면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유전적으로 당뇨병이 생길 확률이 높은지라 당뇨는 아니지만, 당뇨가 올 확률이 높으니. 운동을 하라는 것이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이야기가 어느 때부터인지 귀에 맴맴 돌았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지던 감기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던 때였는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한 달 넘게 아프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는지 모르겠네요. 아픈 기간이 늘어나면서 컨디션이 좋은 날보다 안 좋은 날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레 저의 활동반경도 줄어들더군요. 하루에 한 번 외출하던 프로 외출러가 이틀에 한 번을 나가고, 사흘에 한 번 나가고. 거기까지도 괜찮습니다. 이어서 찾아든 오십견은 활동반경이 아니라 생활자체에 제동을 걸더군요.
그제야 운동을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요가를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처음에는 요가로. 그다음에는 필라테스를 했죠. 둘 다 좋은 운동임은 분명하지만, 저에게 흥미로운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예쁘지도 않은 몸매를 드러내는 복장이 내내 부담스러워 동작조차 제대로 못했던 것 같네요. ㅎㅎ
종목 고민에 빠진 저에게 들어온 추천은 P.T였습니다. 생각만 해도 힘들 것 같은 운동을 오십견까지 온 제가 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만 며칠을 했더랬죠. 그때였습니다.
"핑계 그만 대지. P.T도 사람 따라 강도를 조절하거든요."
역시 피를 나눈 형제에게 핑계 따위는 통하지 않더군요. 시크한 표정과 목소리로 한 방에 저를 제압한 언니 덕에 저는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습니다. 솔직히 P.T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방송을 통해 보았던 P.T는 운동 강도가 상상이상이었거든요. 시작하면 무조건 근육 빵빵 몸매가 되는 것 같은.
쌓였던 오해와 착각은 수업 시작 후 5분 만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해와 착각을 넘어서 제가 처음으로 운동을 즐겁게 하고 있음을 알았죠. 간단한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겨우 몇 세트 반복할 뿐인데도 땀이 솟구쳤습니다. 안 될 것 같은 몸은 들리는 숫자에 따라 악을 쓰고 움직이더군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제 머리뿐 아니라 몸도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수업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더군요.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헬스장을 걸어 나오면서 오랜만에 뿌듯했습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운동 어땠어?"
"좋아. 재밌어."
"꾸준히 갈 거야."
"응."
마지못해가 아니라 스스로 운동을 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마치 언니의 큰 옷을 물려받다, 나에게 딱 맞는 새 옷을 처음으로 사게 된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동작을 할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겨움이 있는데도, 이 세트를 마칠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에도. P.T는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분명히 들더군요.
저의 생각은 며칠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현재스코어, 저의 P.T수업은 5회 차를 넘기고 있거든요. 오늘이 5회 차였습니다. 그동안 알이 배겼던 허벅지는 좀 더 단단해졌고, 오십견으로 움직임조차 고통스러웠던 어깨는 활동범위가 훨씬 넓어졌어요. 굽었던 어깨도 많이 펴진 듯하고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건 알지만, 운동을 함에 있어 핑계를 두지 않는 지금의 제가 마음에 듭니다. 물론 어느 때 변덕을 부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일단, 오늘. 지금. 운동으로 뻐근해진 등근육을 충분히 칭찬해 주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