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내 생각이 안 났다고 하던데."
'못.'이 아니라 '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저도 아이 상황이었다면 분명 서운했을 테니까요. 너무 앞서 가지 말자 싶어, 깊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너 마음은 어때? 많이 속상해?"
"응."
엉엉 울지 않아도 속상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어떤 말로 어떻게 얘기를 해줘야, 이 순간을 현명하게 지나갈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져 옵니다.
"엄마는 그 친구들 행동이나 말을 마음에 많이 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충분히 멋진 아이고, 빛나는 아이거든. 그 친구들만 보고 마음 쓰여할 때, 어떤 친구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을 거야."
너무 뻔한 말,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어서 답답할 지경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는 친구와의 갈등에 대해 종종 얘기하는 편입니다. 말이 없는 아이고, 감정을 표출시키지 않는 성격이라 이 마저도 꾹꾹 참다 얘기하는 거라는 걸 알죠. 엄마 입장에서는 말하는 즉시 모든 걸 해결해 주고픈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할 수만 있다면요. 하지만 고민도, 해결도 결국 아이의 몫입니다. 스스로 해봐야 경험이 되니까요.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토닥이는 것이 제 역할의 전부입니다.
사람과 사람 안에서 정립되는 관계의 다양성을 생각할 때, 아이가 겪는 일은 그저 지나가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얘기한 대로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올 확률이 높다고 믿고 싶고요. 하지만, 지금껏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인 중 한 명으로 사람, 관계에서의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찾지 못한 답을 아이는 찾을 수 있을까요. 얽히고설키는, 정글 같은 사람 사이로 아이가 두 발을 내딛는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내딛는 발자국마다 제발 모난 돌이 밟히지 않는 평탄한 땅이길 바라면, 엄마의 욕심일까요? 그럼에도 저는 아이가 사람 사이에서 상처받는 일이 최소한으로 일어났으면 합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어리고, 여릴 때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