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카멜색 코트

by 모니카

작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으로 기억된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옷장정리에 나섰는데, 곱게 걸어두었던 카멜 코트의 색이 바래 있었다. 발견하자마자 몰아치는 당혹스러움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코트 심폐소생술이 따로 있었다면, 곧장 시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카멜 코트를 처음 만난 건, 재작년이었다. 약속시간이 남아 백화점을 산책 삼아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달리 카멜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같은 가격이면 코트보다 패딩을 구입하는 편인데도 그 코트 앞에서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내가 입을까? 안 입을까?


"입어보세요. 옷은 입어봐야 알아요."

"아. 네."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도 선뜻 입어보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코트를 입지 않는 나의 성향도 고민이었고, 그 브랜드의 코트라면 지갑이 후덜덜 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럴 때는 곧장 후퇴하는 것이 현명하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 척 시계를 확인하고 목례를 한 후 코트 앞에서 벗어나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솔직히 에스컬레이터로 가면서 입어보기라도 할 걸 생각했다. 지인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코트 얘기를 꺼냈다. 점심을 다 먹은 후에 다시 매장을 들러볼까도 싶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시동을 켜면서도 카멜 코트에 대한 미련은 떨쳐지지 않았다. 결국 고민만 하다 백화점을 빠져나왔지만 집으로 가는 내내 코트가 아른거리는 건 막아지지 않았다.


카멜 코트를 만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카멜 코트 앞에 다시 섰다. 다시 봐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오늘은 기필코 코트를 내 것으로 만들 것이라 작정했다.


"입어보세요."

"네. 입어볼게요."


보기만 하는 것보다 입어 보는 게 마음을 결정하기 쉬울 것 같아, 직원의 말을 순순히 듣기로 했다. 친절한 직원 응대에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괜찮았다. 패딩으로 온몸을 둘둘 감아 한겨울을 버티는 아줌마가 아니라, 그야말로 멋지게 차려입은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거 주세요."


후덜덜 한 가격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 시절이 그리워 코트를 가지고 집으로 왔다. 후회는 없었다.




카멜 코트가 옷장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간다. 대체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내 모습이 반가워 충동구매를 했던 기억은 이제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짧은 만남이었고, 어처구니없는 이별이었지만 카멜 코트가 남긴 자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코트만 입고서도 추위를 이겨내며 살았던 열정적인 내 모습이 기억났고, 그때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나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순간순간 다시 나를 잃을까 두려운 순간들이 찾아오지만, 아마도 나를 잊지 않고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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