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골절

by 모니카

설이 오기 며칠 전, 벽 모서리에 손을 부딪혔다. 순간 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면서 머리카락까지 쭈뼛거렸다. 잠시 후, 손가락이 부어올랐다. 근육이 놀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마디마다 붉은 멍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손가락을 구부리는데도 부은 것 때문인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딱히 아프다기보다 불편한 정도였기에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서야 신랑 성화에 정형외과를 찾았다. 붓기도 가라앉았는데, 굳이 가자하니 괜히 헛걸음만 하겠구나 싶었다.


"골절만 아니면 금방 괜찮아져요."

"아. 네."

"일단 엑스레이부터 찍어보죠."


가벼운 말투로 보아 의사쌤도 골절은 아닐 거라 본 것 같았다. 영상촬영실로 가면서도, '설마~.' 했다.


그러나...


"골절이네요."

"네?"

"여기 새끼손가락 마디 위에 보이시죠."

"네."

"아주 정확히 골절된 게 보이네요."


마디 골절이라 후유증을 안 남기긴 위해선 약지까지 고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덕분에 반 깁스 같은 고정 지지대를 하고서야 병원을 나섰다. 고작 모서리에 부딪혔다고 손가락이 골절된 작금의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


골절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벽에 부딪혔다고?'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어떤 이는, 기분이 안 좋아서 책상을 내리쳤냐고도 물었다. 나도 골절 이유가 낯선데, 그들이 되물어 오는 거야 뭐...


옷을 갈아입고, 씻을 때는 물론이고 일상 어디서든 손가락 고정장치는 꽤나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집안일에서 해방됐다는 기분보다 무언가 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혀있는 기분이다. 운전을 할 때도 주로 왼손으로 핸들을 잡았던 터라, 이래저래 아주 조심스럽다. 다친 손이 왼손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친 손이 왼손이어서 슬쩍슬쩍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이래서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것이 상책인 모양이다.


더욱이, 작심삼일이라는 생각으로 브런치에 열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자판이 장애물이 되었다. 자꾸 오타가 나는 통에 지금도 백스페이스를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르겠다. 아마 고정 지지대를 벗는 그날, 나의 성격이 극도로 고약해져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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