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살아남을 인간 테스트
나는 한동안 인공지능이 주는 공포에 사로잡혀 “5년 내에 사라질 직업,” “살아남을 직업 10가지”와 같은 기사나 비디오를 매우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어느 하나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
기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나 창조적인 사람이 살아남고, 반복 노동하는 사람은 사라진다. 이런 말들은 들을 때는 그럴듯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 대입해 보면 정말 모호하다.
물론 반복적 데이터 입력, 똑같은 서식의 보고서 작성과 같이 누가 봐도 자동화될 것 같은 일만 하는 사람의 미래가 위험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창조적인 작업’의 정의가 뭔가? 알고 보면 최고의 뇌수술 전문의도, 거대기업을 철통 방어하는 일류 변호사도 사실 비슷한 일 수십 년 반복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계가 대체하기 극도로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살아남는다’는 단 한 가지 기준만 두기로 했다. 그렇게 단순화시켜보았더니 그런 일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되었다.
1. 문제가 일어났을 때 최종 책임을 지는 일
2. 시스템을 굴릴 돈을 끌어오는 일
3. 시스템 내의 기계를 유지 보수하고 작동을 총괄하는 일
4.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육체 노동일
아래는 이 구분에 근거하여 만든, “당신은 미래에 살아남을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줄 나만의 간단한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테스트: 당신은 미래에 살아남을 사람인가?
여기에 대답이 그렇다이면 당신은 아마도 살아남는다.
유형 1 최종 책임
내가 하는 업무에서 무슨 일 터지면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나인가?
내 서명이 집단을 대표하는가?
아랫사람의 잘못도 내가 져야 하는가?
현재의 책임 구조가 제도적으로 획기적으로 바뀌고 분산되지 않는 한, 여기에 해당되는 당신은 안전하다. 당신은 미래에도 기계를 총괄하고 사람들을 관리 감독하며,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지기 위해 몸 바쳐 일하게 될 것이다.
유형 2 자본 조달
투자나 계약을 내 인맥과 실력으로 따오는가?
내가 조직을 이끌 충분한 돈이 있는가?
가수나 배우처럼 매출이 내 이름이나 내 성과에 직접 연결되는가?
아무리 세상이 기계화 자동화 되어도 굴러갈 돈은 필요하다. 당신이 조직의 자금줄이라면 당신은 언제나 필요하다.
유형 3 시스템 총괄
인공지능/시스템 오류를 고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가?
내가 없으면 당장 기계 작동, 관리, 또는 수리가 불가한가?
내 기술이 회사 핵심 기술인가?
이 유형의 사람들은 살아남겠지만, 작동, 관리, 유지보수의 많은 면 또한 자동화 돼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므로 대규모 해고는 가능하다. 생존 여부는 실력 레벨과 인맥, 심지어 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유형 4 몸으로 결과를 감당하는 예측 불가 노동
월급이 싸거나 없고, 하루 절반이상 온 몸으로 노동을 하는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이 아닌 임기응변성 노동을 하는가?
항상 변하는 환경에서 노동을 하는가?
사람들이 로봇 이야기 많이 하면서 가사 도우미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이런 유형의 노동은 기계로 대체되기 대단히 힘들다. 로봇화되는 것은 다음 동작이 예측가능하고, 단순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는 노동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그때 그때 다른 몸짓으로, 성질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노동은 기계로 하기엔 너무나도 비싸다.
예상문제
이론을 배웠으니 이제 연습문제를 풀어보자.
문제 1. 대기업 중간 간부
역할이 대체 가능 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유형 3에만 약간의 가능성이 보이고 다른 유형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대단히 위험하다. 그나마 살아남을 소수에라도 낄 방법은 독보적인 기계 유지보수, 관리 기술이나 기계와 사람을 원만히 관리하는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문제 2. 변호사
큰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았을 때 대표로 사표를 내야 할 정도의 고위직 변호사라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고참 변호사의 지도 아래 자료수집, 분석, 초안작성 같은 것을 하고 최종 사인하지 않는 초급, 중급 변호사는 위험하다.
문제 3. 유리창 시공기술자
살아보니까 집집마다 규격이 딱 들어맞는 창문은 없었다. 사람이 와서 재고 재단하고 맞추고, 나중에 구멍 메우기 등, 창문 다는 일은 로봇이 일일이 판단하고 실행하기는 너무 복잡하고 비싼 일이다. 살아남는다.
응용문제. 대통령
하는 일이 너무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기계를 돌려 답을 구하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두 어깨에 짊어진 책임이 그 누구보다 막중하다. 가끔은 과감한 직관도 필요하다. 아슬아슬한 외교의 심리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내심 바라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나 영원히 사람을 대체할 순 없다고 본다.
4가지 중 하나도 해당 안 되면?
내가 바로 그렇다. 그래서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미래는 매우 위험하다.
회사가 키워줄 거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 키우는 데 돈도 시간도 정말 많이 든다. 기계 쓰면 되는데 왜 사람에게 투자하겠나. 그렇다고 포기하란 얘기는 아니다. 다행히 아직은 개인으로 살아남을 기회가 있다. 나만의 지식, 기술, 콘텐츠로 직접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계가 관리하는 시스템 안 일 지언정, 유튜브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속에는 인간이 인간에게 반응하는 네트워크가 살아있다. 그리고 이곳은 진입장벽도 없다. 시스템 내에서 진짜 사람들과 건강한 연결고리를 만들면 당신은 기계에게도 사람에게도 무시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약 인간 사이의 네트워크까지 인공지능이 100% 조작하는 날이 와서 정말로 인간이 필요 없어지면? 그땐 진짜 디스토피아겠지만, 내가 볼 때, 다행히 그런 날은 오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드는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먹지 않으면 오류와 왜곡이 누적되는 구조를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그들은 오히려 점점 진짜 인간이 만드는 양질의 데이터에 목말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살아날 구멍은 반드시 있다. 우리는 그걸 찾아야 하고 찾을 수 있다.
실천에 옮길 때가 왔다.
먹구름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