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by 프라라

본가에서 꿀보다 달콤했던 휴식을 가지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휴게소를 들리기 전까지 꼼짝없이 앉아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혹시 모를 자연 생리현상을 대비해 음식을 최대한 적게 먹었다.

4시간 정도의 시간을 이동해야 하기에 지루하기 그지없는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다.

독서할 책, 업무를 하기 위한 업무 폰, 이어폰 충전기를 좁은 테이블에 올렸더니 벌써부터 답답함이 몰려왔다.

준비가 끝나자 버스도 출발했다.


잠을 청할 준비를 하는 승객, 영화를 보는 승객, 유튜브를 보는 승객

각자의 할 것을 하고 있는 승객들이 보였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책에 집중을 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버스 안에는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하나의 소음이라서 그런지 신경이 엄청 쓰였다.

책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재생했다.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터라 음악을 들으니 책에 집중을 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에후, 독서는 잠시 접어두자'

속을 생각하고 밀렸던 업무를 하기 위해 업무 폰을 쥐었다.

거래처와 고객님들에게 연락을 남기며 스케줄 조율을 하고 있던 중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업무 폰은 아이폰, 사용하고 있는 폰은 갤럭시라 충전기 단자가 맞지 않았다.

'에후, 밀린 업무도 지금 당장은 할 수가 없네..'

하는 수 없이 충전 속도가 느린 버스 무선 충전 기기에 업무 폰을 올려두었다.

책은 덮었고, 업무 폰은 충전을 해야겠고 계획한 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불편하니까 하지 말자'라고 포기를 한 나의 모습이 창가에 비쳐 눈으로 들어왔다.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직 시간을 계획대로 활용을 잘 못하고 있구나.'

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 더 이상 과거에 포기만 하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일 때 최선의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정적인 공간, 한정적인 시간에서도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데 수십 년 인생을 어떻게 계획할 것이며 불편한 상황이 오면 변명하면서 또 포기하려고 할 것인가?


본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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