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주애는 서울 홍대의 한 카페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래 잤지만 개운치 않았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핸드폰을 찾아 한참 집안을 돌아다녔다. 안방만 제외하고. 그 방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 번 닫은 이후로 다시는 열지 못했다. 새로 온 연락은 없었다. 어제 주애가 보낸 카페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악취가 점차 심해졌다. 근원지는 안방이었다. 그곳에 아들이 누워있었다. 부패한 몸뚱이를 웅크린 채 호석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쿠팡으로 방향제를 잔뜩 주문했다. 걸핏하면 허공에 뿌려댔으며 나갈 때면 옷에도 향이 진득이 밸 정도로 뿌렸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시취는 사라지지 않았다. 안방 창과 베란다 창을 밀폐하고 잠그기까지 했지만 냄새가 흘러나가 이웃에게 의심을 사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날의 일은 지난날 꾼 아득한 꿈 같았다. 어째서 그런 짓을 저지르고 만 걸까.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만 걸까. 그것도 다름아닌 아들을. 호석을. 나의 대장을.......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마치 빙의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 것에 가깝다면서. 그 애를 밀친 건 내가 아니라고.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그건 어쩌면 가장 진실에 가까운, 그럴듯한 변명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변명은 진실을 대변하지 못하고, 진실은 오로지 진실로만 증명된다. 처음엔 호석을 살리려고 별짓을 다했다. CPR를 시도했고, 119를 부르려고도 했다. 그러나 후자는 시도에 그쳤다. 이후 벌어질 일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존속살해를 저지른 죄로 잡혀가겠지. 감옥에 가겠지. 그런 것들이 무서웠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처음에 나는 자수하려 했다. 아직 때가 아님을 깨달은 건 그 애의 두 눈을 감겨준 순간이었다.
지금은 내게 해야할 일이 있었다. 주애를 만나는 것. 그래서 순애의 비밀을 풀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누군가의 불행으로 대가를 치루어 진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끔찍했고 그러한 진실은 진실이란 껍데기만 달라붙어 있을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짓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잘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의 사고를 마냥 허망하게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나는 집을 나섰다.
홍대엔 사람이 북적거렸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성큼 다가온 게 피부로 확연히 와닿았다. 더는 추위에 몸을 떨지 않아도 되었지만 내 몸은 점차 조여오는 공포감에 떨렸다. 그럴수록 외투를 더 여몄다. 이미 두꺼운 코트를 걸쳤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이상하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카페로 가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그 애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아들을 사랑하긴 했을까. 엄마는 맞았을까.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주애는 약속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그녀는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 때문에 보험처리 하느라 늦었다며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우리는 각각 커피와 차를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잔에 담긴 따듯한 유자차가 내 앞에 놓였다. 그녀는 차갑고 연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 든 얼음을 빨대로 휘휘 저었다.
“제가 디카페인 아니면 카페인 때문에 잠을 잘 못자서요.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하고.”
“심장은 원래 쿵쾅거리잖아요.”
그녀의 말이 다소 경직되어 보여 한 농담인데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심장은 원래 쿵쾅거리지. 하지만 그 애의 심장은 멈추었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다.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자 그대로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 짓을 저지른 사람은 다름아닌 나이고. 누구보다 그 사실을 나는 잘 인지했다. 외면하거나 회피할 생각 따위 없었다. 나는 그저 마지막으로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알고 싶은 것.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면서도 알지 못했다. 마냥 주애의 입에서 그것이 튀어나오기를 기대하진 않았다. 불가능할 뿐더러 오로지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책임은 내게 주어진 것이었다.
“전보다 얼굴이 좋아보여요.”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다시 취직했어요. 3개월 동안은 비정규직이지만, 때론 낙관도 필요하니까요.”
“잘됐네요. 나는.......”
나는 아들을 죽일 뻔 했어요. 그 말을 목 뒤로 가까스로 억눌러 되삼켰다. 할 말이 없었다.
“아주머니는 조금 수척해보이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 일이야 많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별 일 없어요. 나야 늘 똑같지. 집안일 하는 거. 남편 오면 밥 차려주고.”
“그것도 꽤나 지겨운 일이겠어요. 저는 애인이 집안일 다 해서. 전업주부거든요.”
그녀가 웃었다. 나는 마주 미소를 입가에 그렸지만 안면근육을 일그러뜨린 것에 가까웠다.
“주애 씨가 남자 역할인가 보죠?”
“남자 역할이요? 아주머니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남자 역할.”
그녀는 말을 더 잇지 않았다. 미묘하게 가라앉은 기류가 감지되었다. 나는 내가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무어라 변명하려고 하기도 전에 그 애가 침묵을 밀치고 그 자리에 말을 부려놓았다.
“저는 제가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남자 역할 이런 거 따지기 이전에.”
“미안해요. 내가 그런 쪽에 어두워서....... 말실수를 했네요.”
그녀의 살짝 굳은 얼굴은 내 말에 금세 풀어져내렸다.
“괜찮아요. 아주머니정도야 양호한 편이죠.”
다시 정적. 내가 가방을 뒤적거리는 소리만이 손님이 우리뿐인 카페를 고요히 갉아먹었다. 나는 작은 지퍼백을 꺼내 탁자 위에 내밀었다. 지퍼백 안엔 조각나 망가진 이어폰이 담겨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서 다시 본 그것은 절단된 어느 신체 부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뭔지 알아요?”
“......모르겠어요. 이어폰인가요? 고장난 것 같은데. 누가 가위로 자른 것 같아요.”
“내가 그랬어요. 왜, 거짓말해요? CCTV로 확인했어요. 그날, 백화점에서 나를 스쳐가면서 우연한 척 이어폰을 흘린 게 주애 씨잖아요. 그런데 저번에 물어봤을 때도 모른다고 했고, 지금도 모른다고 하네요. 정말 몰라요?”
“거기까지 알아내셨군요.”
그녀는 밭은 숨을 내쉬며 아메리카노를 죽 들이켰다. 유자차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맞아요. 하지만 정말로 제 거는 아니에요. 사실, 엄마가 아주머니 거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돌려줘야 된다고. 근데 전 정말이지, 그러기 싫었어요. 왜냐면 그건 그냥 이어폰이 아니니까요.”
“그럼 대체 이게 뭔데요?”
“웃기게 들리겠지만....... 엄마는 무당집을 들락날락하면서 그 이어폰을 부적처럼 여기셨어요. 그 물건은 그냥 물건이 아니에요. 전해 듣기로 끊어진 연을 다시 이어주는 일종의 주술적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무당에 의하면요. 위험한 물건이었어요. 누군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엄마는 아주머니를 늘 그리워했고, 빠짐없이 정보를 모았어요. 하나도 허투루 흘리지 않았고요. 그러다 어느 날, 제게 부탁했어요. 자기가 가면 아주머니가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면서, 그래서 저한테 시킨 거예요. 그걸 아주머니한테 전해주도록.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그러기 싫었어요. 어떻게든 몰래 전해주려 했다면 전했겠으나 그러기 싫어서 근처에 흘린 거예요. 아주머니가 못 볼 줄 알았어요. 줍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아주머니가 주웠고, 그래서 여기까지 이른 것 같아요.”
“왜 순애 말대로 하지 않으려 했어요?”
나는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
“아주머니의 삶을 뒤흔들기 싫었으니까요. 그러니까......, 학생 때 엄마가 아주머니와 그런 깊은 사이였다고 해서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똑같이 되찾아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의무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타임캡슐처럼 나중에도 언제든 찾아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엄마가 선을 넘은 건 저도 알고 있어요. 대신 사과드려요. 엄마가 아주머니를 그만큼 사랑했던 거라는 변명도 하지 않을게요. 다만 저는 전전긍긍했어요. 혹여나 일이 잘못 되진 않을까.”
“호석이가 죽을 지도 몰라요. 내 아들이요.”
나는 말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내 손으로 그랬어요. 고깃덩이처럼 썩어가고 있어요. 집안에서. 안방에서.”
유자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조금 식혔다 삼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차가 따듯하게 내 몸을 감싸는 듯했다. 하나 잠시뿐이었다. 금방 나는 남들에 띌듯 말듯 다시 온몸이 떨렸다. 두 손을 겹친 채 꼼지락거렸다. 살갗이 푸석하게 메말른 상태였다.
“이어폰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어요. 내가 미쳤던 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내저었다.
“사실,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정말 죄송하지만........ 용서해주세요. 저는 아주머니한테 고백할 게 있어요. 그때 아주머니가 만나러 온 건 엄마가 아니었어요. 제 외숙모였어요. 그 분은.”
“그럼, 그러면 순애는 어디 있는데요? 살아있어요?”
“그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하셨죠.”
그녀는 내 말에 대답은 않고 말을 꾸려나갔다.
“아마도 엄마 목소리였을 거예요. 스스로 그 물건의 희생양이 되고 만 거죠. 좋은 감정만 남은 목소리는 아니었을 거예요. 엄마도 사람이었고, 아주머니를 사랑하고 그리워했지만 때론 원망하기도 했으니까요.”
“자살했나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네. 아파트 옥상에서.......”
순애는 결국 그렇게 죽었다. 나만 살아남았다.
“......순애는 나한테 뭘 원했던 거죠? 복수? 내가 자신을 잊고, 모든 것을 잊은 채 남들처럼 평범하게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온 것에 대한 복수였나요? 나는,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이해도 못하겠고.”
찻잔이 밑바닥을 보였다. 나는 유자청을 입에 머금고 조금씩 씹었다. 달큰한 맛이 배어나왔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녀가 기껏 내뱉은 말은 그 한 마디가 전부였다.
“호석이가 커밍아웃을 했거든요. 나는 견디지 못한 거죠. 너무 화가 나서, 뭔가에 씌인 듯 행동했어요.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지키고자 한 게 뭐였을까요? 이젠 나도 모르겠네요. 아들을 잃으면서까지 보호하려고 했던 게 무엇인지. 바람 피우고 집 나간 남편 말대로 난 나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면서 완벽한 삶을 설계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기적인 년일 수도 있어요.”
“아주머니.”
그녀가 지그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에겐 미래가 있잖아요. 그 일을 돌이킬 순 없지만, 앞으로를, 미래를 좀 더 낫게 만들어나갈 순 있어요. 경찰에 신고하세요. 자수하세요. 아주머니 삶을 사시고요. 힘드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몇 마디 말이 다시 오갔고, 뒤이어 우리는 카페를 나왔다. 싸리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강한 바람에 눈이 사방으로 요동쳤다. 그녀는 내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반대편 길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집에 가면 호석이 있다. 쓰러진 아들이 나를 반길 것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복받치는 슬픔에 목놓아 통곡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울면 울수록 나를 가둔 단단한 무언가를 깨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순애야.”
나는 그녀의 이름을 외듯 불렀다.
응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였다. 단념하고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그래, 진희야.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순애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그 후로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