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그때의 노래들은 왜 이런 가사였을까
언젠가 당신이 말했었지
혼자 남았다고 느껴질 땐
추억을 생각하라 그랬지
누구나 외로운 거라 하면서
그리고 이런 말도 했었지
지난날이 자꾸 떠오르면
애쓰며 잊으려 하지 말랬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단 한 번 스쳐간 얼굴이지만
내 마음 흔들리는 갈대처럼
순간을 영원으로 생각했다면
이렇게 간직하진 못했겠지
정녕 난 잊지 않으리
순간에서 영원까지
언제나 간직하리라
아름다운 그대 모습
당신은 내게 들려주었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오로지 주려고만 하랬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1982년 대성음반에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에 수록된 이 곡은 명지대 혼성 포크 그룹 해오라기의 노래이다. 기타는 독학으로 배워야 한다는 어떤 선배의 조언-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에 따라 기타를 독학으로 익혔던 때였을 것이다. 80년대의 포크송은 그 진행 코드가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곡들이 많아 초보자들이 연주하기에 딱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도, 우쿨렐레를 배우던 버릇 때문에 조금 버벅대긴 하지만, 기타를 연주할 때는 80년대의 포크송을 펼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때의 포크송들은 하나같이 가사들이 조금은 서글펐다. 그게 포크송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생각해 보면 그때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서글픈, 혹은 쓸쓸한 가사들이 담겨있었던 것 같다. 포크 음악(Folk Music)은 광범위한 정의로 보면 각 나라마다 전해지는 지방색, 주민들의 고유한 성향을 담아낸 구전 민요를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각 지역별 민요가 다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했던 80년대 포크송은 미국의 1940년대 컨템퍼러리 포크 혹은 모던 포크 형태가 1960년대 사회저항적 메시지를 담은 포크록 형태로 계승되었던 것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7, 80년대 포크 가수들이 불렀던 곡들이다. 밥 딜런을 위시한 미국의 포크록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우리의 감성과 선율이 실리면서 포크송은 그렇게 퍼져나갔던 것이다. 어쩌면 요즘 세대들에게 포크송의 가사나 선율은 지금보다 너무나 철학적이고 내용이 많아서, 기계적으로 반복되어 사람들이 따라 부르게 되는 후크송이 많은 요즘 노래들에 비해 재미없고 지겹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들이 좋아하는 유명 가수들이 커버곡을 부르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노래로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오른 것은 노래 가사가 지니는 서글픔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저 노래가 발표될 때는 아직 내가 어릴 때였고, 내가 기타로 저 곡을 쳐볼 때는 이미 발매된 지 한참은 지난 곡이었었다. 노래가 발표될 때의 감성과 내가 기타를 배울 때의 감성은 확실히 다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저 노래는 연주할 때마다 어딘가 쓸쓸함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고 해야 할까. 오로지 주려고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화자의 쓸쓸함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면 주는 사람은 어느 순간 지치게 될 것인데, 그리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사랑이라면 그것 역시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것일지. 오로지 주려고만 하는 사랑이란 결국 부모님의 사랑이나 신의 섭리가 해당되지 않을까.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에 어떠한 조건이 붙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조그맣게 외쳐보고 싶었지만, 그때의 감성은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쓸쓸함과 서글픔이 담긴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 물론 아름답지만 외로운 가사와 더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