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필매화초옥도(田琦筆梅花草屋圖,19세기 경)-고람(古藍) 전기(田琦)
조선 후기 중인 화가 고람(古藍) 전기(田琦)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19세기 경)>. 아직 겨울인 듯 하얀 눈이 내려 쌓인 첩첩산중의 작은 집 주변에, 마치 점점이 커다란 눈송이가 그대로 얼어붙은 듯, 동그랗게 꽃이 되어 나무를 장식한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시리게 느껴지는 시기임에도 이파리가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우며 아름다운 향을 뿜어내는 매화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집안에는 은둔거사로 보이는 인물이 옥빛의 옷을 입고 앉아 있다. 열어둔 문으로 싸늘한 바람과 함께 우아한 매화 향이, 그가 기다리는 벗보다 방으로 먼저 들어갔을 터, 방 주인은 매화를 벗 삼아 이르게 찾아오는 봄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지나 왼쪽 아래로 내려오면 다리를 건너는 붉은 옷을 입은 사내가 무엇인가를 어깨에 둘러매고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고요한 봄이 펼쳐지는 산중의 집에서 두 사람이 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겨울이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눈 덮인 산은 고요하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매화의 향기에 취해 서로에게 서로가 '지음(知音)'인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은 아닐지. 그림에서 고운 매화향기가 악기 소리에 실려 널리 퍼져나갈 것 같다. 이 작품은 화가의 친구인 역매(亦梅) 오경석에게 선물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매화를 사랑해서 호를 '역매'라 칭한 오경석은 개화기 독립운동가 위창(葦滄) 오세창의 아버지이다. 그림 오른쪽 아래 쓰여진 제시는 다음과 같다.
'亦梅仁兄草屋笛中古藍寫(역매인형초옥적중고람사): 역매가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고 고람은 그림을 그린다'
'매화서옥' 또는 '매화초옥'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서재에서 선비가 앉아 글을 읽거나 매화를 바라보는 정경을 그린 그림으로, 그림의 소재는 송나라 시대의 인물이자 '매처학자(梅妻鶴子)'로 불렸던 임포(林逋)라 한다. 자연을 이상향으로 삼아 산속에 초옥을 지어 매화를 심어놓고 20년을 은거하며 산에서 살았던 은둔처사인 임포의 고사를 동경했던 학자들이 많았으며, 그리하여 이러한 작품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조선 말기에는 많은 화가들이 매화서옥도를 그렸을 정도라고 하는데, 임포의 고사에서 시작하여 그 내용은 자기 자신을 묘사하거나 친구 간의 우정을 그린 것으로 변경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후기 화가 고람(古藍) 전기(田琦)는 약재상을 운영하는 중인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 서화를 배웠으며, 남종파의 화풍을 계승하고 특히 산수화를 잘 그렸던 그는 추사 선생의 제자들 중에서도 문인화의 경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구사했던 인물로 촉망받았다고 한다. 그림에 대한 안목도 뛰어났으며 그리하여 그림 중개에도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중인 신분이었기에 제약이 있었고, 그것은 전기로 하여금 여항문화에 시선을 돌리게 하였는데, 그때 중인 무리들이 주를 이루어 만들었던 문인 시서화 모임이 벽오사(碧梧社)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서른에 요절하였기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 이 작품은 서울의 국립 중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