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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쌍의 들오리가 다정히 헤엄쳐 가네

유압도(遊鴨圖,19세기)-홍세섭

by 낮은 속삭임
유압도(遊鴨圖,19세기)-홍세섭,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

19세기 조선 선비 화가 석창(石窓) 홍세섭의 <유압도(遊鴨圖,19세기)>. 흐르는 물 위로 두 마리의 들오리가 헤엄치는 장면을 그린 이 수묵화는 이전의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畫; 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와는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 둥글게 아래로 물결치는 냇물을 헤엄치는 두 마리의 오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리는 시점은 이전에 없었던 구도였다고 한다. 그림의 아래쪽, 아마 오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앞쪽의 오리는 뒤에 따라오는 오리를 향해 머리를 돌려 헤엄치고 있고, 머리가 흰 뒤쪽 오리는 그에 화답하듯 느긋이 물을 가로지르며 헤엄치고 있다. 오리가 헤엄치는 발과 앞 뒤로 뚝뚝 찍은 듯한 점은 오리의 물갈퀴에 의해 나타나는 물방울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져 그 역동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의 깊이와 물결, 잔잔한 파도는 수묵화의 농담으로 표현하였으며, 테두리에 가는 선으로 표현된 수초는 그 농담을 달리하여 수초의 입체감을 살려준다. 잔잔한 물소리가 찰싹대는 냇가에 다정한 한쌍의 오리가 노니는 모습을 화면 가득히 수묵으로만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섬세한 모습을 하나하나 표현한 것보다는, 오리의 습성과 냇물의 아름다운 흐름, 그에 일렁이는 수초의 모습을 화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완성한 그림으로 보여진다.


19세기 조선 선비 화가 석창(石窓) 홍세섭은 조선 후기와 말기에 활동한 문신으로 화조영모화에 능했다고 한다. 이 작품처럼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법인 부감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보았으며, 단순화한 배경과 대담한 구도, 독자적인 필법과 묵법을 구사하여 이색화풍으로 불렸으며, 이로 인해 근대화적 수묵화를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전형적인 사대부 가문 출신이었으나, 그의 집안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문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그 역시 문인 화가의 자질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과거 급제 이후 승정원 당상관 정 3품 통정대부 우부승지에 제수되지만 병으로 관직에 나가지 못했고 52세에 세상을 떠났기에 전해지는 그의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홍세섭의 대표작은 이 그림이 포함된 8폭의 <영모도(翎毛圖)>인데, 이 작품에는 오리, 해오라기, 기러기, 까치 등이 두 마리씩 그려져 있고 갈대, 수초, 매화 등의 식물이 새들과 함께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서울의 국립 중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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