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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한 스님의 고요한 뒷모습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 18세기 후반)-김홍도

by 낮은 속삭임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 18세기 후반)-김홍도, 간송 미술관 소장

18세기 조선 화가 단원(檀園) 김홍도의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 18세기 후반)>. 얇은 모시 위에 흰 구름이 피어나고, 그 위의 연꽃 위에는 조용히 참선하는 스님이 앉아있다. 연꽃에는 분홍빛과 엷은 초록빛이 어려있다. 스님은 아마도 자신만의 고요의 세계에 빠져 계신지도 모르겠다. 스님의 머리에 절묘하게 드리워진 저녁해는 있는 그대로 스님의 광배가 되어 그림의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듯하다. 동그스름한 스님의 머리는 엷은 음영으로 인해 더 입체적으로 보이며, 가벼운 선으로 뾰족하게 그은 듯한 귀는 균형감 있게 뒷모습을 표현한다. 약간 헐렁한 듯한 회색 장삼 아래의 목 뒷부분 패인 선은, 스님의 꼿꼿한 자세와 더불어 단아한 어깨선의 중심인 듯 솟아있다. 그 외에는 더 이상의 먹선이 보이지 않는, 여백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단로(檀老)'라는 서명 아래, 자신의 자인 '사능(士能)'과 호인 '단원(檀園)'이 새겨진 인장이 너무나도 단정하게 그림과 어울리도록 찍혀있다. 도교와 불교에 관계되는 초자연적인 인물상을 그린 인물화인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는 화가가 말년에 주로 다루었던 주제라 하며, 이 작품은 특히 화가의 원숙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18세기 조선의 대표 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는 영조와 정조, 순조 연간에 이르는 시대에 활동한 화가이다. 이 시기는 조선의 문예부흥기라 불렸으며, 정조 임금의 신임 아래 김홍도는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이미 젊은 나이에 영조 어진과 왕세손(훗날 정조)의 초상을 그린 그는 회화, 음악, 서예와 문장에도 출중했던 예술가였다. 정조 어진 참여의 공으로 중인 신분 최고 관직이었던 종 6품 연풍 현감을 제수받았다. 그러나 그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던 반면, 행정가로서는 적당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결국 충청위유사 홍대협의 보고로 부임 3년 만에 파직되었으며, 이후 그는 그림에 전념하여 '단원화풍'이라 불리는 명작들을 그려냈다고 한다. 만년으로 갈수록 그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분방한 필치로 표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서울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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