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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은 없지만 활달해 보이는 바둑이

김두량 필 삽살개[金斗樑 筆 犬圖], (1743)-김두량

by 낮은 속삭임
김두량 필 삽살개[金斗樑 筆 犬圖],(1743)-김두량, 개인 소장

조선 영조 시대의 도화서 화원 남리(南里) 김두량이 그린 <김두량 필 삽살개[金斗樑 筆 犬圖], (1743)>. 일제 강점기 당시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얼룩 삽살개 바둑이는 조선 시대에는 흔한 개였다. 조선 시대 화원 김두량의 붓으로 표현된 활달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얼룩 삽살개 바둑이. 흔히 삽살개라 하면 털이 길고 덥수룩한 개를 떠올리기 쉬운데, 바둑이라 불리는 이 토종 얼룩 삽살개는 털이 짧은 얼룩 삽살개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바둑이'는 무엇인가를 향해 짖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복슬거리는 꼬리와 힘찬 발걸음이 개의 용맹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털의 움직임이 각각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흔들리듯 그려져 있고 명암까지 나타나 있어 마치 살아있는 개를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의 상단에 쓰여진 글은 영조 대왕의 어제(御製, 임금이 지은 글)이며, 왕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다음과 같다.

柴門夜直[사립문에서 밤을 지키니]

是爾之任[이것이 바로 임무이다]

如何途上[어찌하여 길 위에서도]

晝亦若此[대낮에도 이와 같은가]


이 작품은 영조 대왕의 필체를 볼 수 있다는 점, 제작자가 명시되어 있다는 점, 제작연도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 남리(南里) 김두량은 화원 가문 출신이다. 영조의 총애를 받아 '남리(南里)'라는 호를 하사 받았다. 문인 화가인 공재(恭齋) 윤두서에게서 화풍을 익혔으며 산수화, 풍속화, 동물화 모두에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특히 그는 개 그림에 있어 절묘한 공필과 해학적인 묘사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가 활동했던 조선 후기는 조선 후기는 3원 3재(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 겸재 정선, 공재 윤두서(혹은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로 알려진 대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김두량은 전통적인 화원 양식인 북종화법을 따르면서도, 공재 윤두서의 남종화풍과 서양 화법을 수용한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사실적이면서도 정밀한 묘사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조선 후기 영모화 연구의 기준작으로서도 중요한 자료이며, 2019년 5월 29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개인 소장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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