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터키여행과 튀르키예 여행

by 낮은 속삭임

여행기 시작에서도 밝혔듯이, 오래전 나 홀로 해외여행 두 번째 여행지가 터키였다. 그때만 해도 터키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가이드북도 거의 없었고 웹상의 카페에서도 다녀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터라 설렘과 불안을 가득 안고 지금은 공항으로 사용되지 않는 아타튀르크 공항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시내 접근이 쉬웠던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술탄 아흐멧 광장으로 가는 동안, 불안은 작아지고 설렘은 가득 차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호텔에 묵으면서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과 친해지고 하루씩 또는 이틀씩 동행해 가면서 즐겁게 여행했던 터키. 그때 여행코스는 딱 지금 사람들이 주로 가는 것이었다. 아야 소피아, 예레바탄 사르느즈, 돌마바흐체 궁전과 톱카프 궁전, 키리예 박물관 같은 엄청난 유적들을 착한 입장료에 관람할 수 있었고 저렴한 물가와 환상적인 음식, 친절한 사람들로 인해 매혹적이었던 이스탄불, 11시간의 야간버스를 타고 도착한 작은 도시 괴레메에서의 벌룬투어와 그린투어, 로즈밸리 선셋투어,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파묵칼레, 엄청난 에페스 유적과 작고 아름다운 쉬린제 마을에 다녀올 수 있었던 셀축, 푸른 타일의 도시 이즈닉과 신비로운 세마댄스를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 푸른 부르사. 그 멋진 기억을 가지고 나는 이제는 튀르키예로의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어떤 이가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했다. 그 좋은 기억을 가지고 튀르키예로 가면 실망할 것이라고. 그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오른 물가와 사악한 입장료, 모스크로 바뀌어버린 아야 소피아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물가가 오른 것은 세월이 흐른 탓도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도 있다지만, '당신이 여행하는 지금이 이스탄불을 가장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우스갯소리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여행이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도 앙카라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었고 넴루트 유적은 프라이빗 투어를 할만한 가치가 있었으며, 다시 찾아간 괴레메는 낯선 모습 속에서도 예전에 내가 사랑했던 풍경들을 지니고 있었다. 휴양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안탈리아에서 보냈던 고대 유적 투어, 튀르키예 제3의 도시이며 성경 속의 '서머나'로 불렸던 도시 이즈미르에서의 산책과 셀축 탐방은 충분히 즐겁고 멋진 일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웠던 것은 아야 소피아가 모스크로 바뀐 것. 굳이 모스크로 바꾸지 않고 박물관으로 둔 채 요금을 올렸더라면 오히려 덜 거부감을 느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가지는 않았지만, 모스크로 바뀌어버린, 그러나 성화가 아름다운 키리예 박물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물가나 입장료 때문에 씁쓸했던 것과는 별개로, 시간이 흐르면서 유적들 역시 같이 늙어간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쓸쓸함이 서글픔과 함께 몰려왔다. 어쩌면 나이 듦과 낡아감의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에 대한 서글픔일지도 모른다.

돌아올 곳이 있어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여행은 나의 모든 날들을 버티게 해주는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의 끝에서 언제나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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