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튀르키예-열셋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by 낮은 속삭임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가득해지는 탓이기도 하다. 비행기는 오늘 밤에 출발하는 것이라서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이스탄불 공항에 가야 한다. 오늘의 관광은 오후 네 시쯤엔 끝내기로 하자. 탁심으로 와서 짐을 찾고 공항버스를 타야 하니까.

카바타쉬로 가는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 트램 1호선을 탔다. 구시가지에서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낼 심산으로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내렸다. 오전 시간대여서 그런지 햇살은 적당히 따가웠고 바람도 서늘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술탄 아흐멧 광장 한편에 잠시 서 있었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앞에 자리 잡고 앉더니 '야옹'하며 인사한다. 마치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이곳의 고양이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잘 다가온다.

천천히 걸으면서 술탄 아흐멧 광장의 모습, 아야 소피아, 술탄 아흐멧 자미를 눈에 담는다.

그랜드 바자르 쪽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딱히 무엇을 사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여 보는 것으로. 구글맵을 덜 의지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그랜드 바자르. 기념품을 사려는 마음 자체가 별로 없어서인지 눈에 들어오는 물건도 없다. 이번 여행은 정말 기념품을 거의 안 샀다.

아,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 튀르키예 커피. 어제 만났던 분이 이 커피가 유명하다고 하시며 이미지를 보내주셨는데, 처음 튀르키예 여행 왔을 때 한번 샀던 커피 브랜드였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이 브랜드의 커피는 유명한 것인가 보다. 그때 이집션 바자르 근처에 커피 판매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구글맵을 검색했더니 어제 늦게 가서 못 샀던 시르케지역 앞의 가게가 아닌, 오래전 내가 튀르키예식으로 곱게 간 커피를 샀었던 이집션 바자르 근처로 안내해 주었다. 분쇄하지 않은 원두를 살 예정이었는데 줄도 길고 어느 쪽에서 사야 하는지도 헷갈리고, 무엇보다 탁심 쪽으로 다시 가야 해서 시르케지 역 앞의 분점으로 갔다. 커피는 100g, 250g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250g으로 두 봉지 구입. 사고 싶은 것을 샀으니 이제는 탁심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 역으로 이동했다. 보스포루스 만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푸니쿨라를 탔다.

바람이 불어오는 탁심, 이제 배가 조금 고프다. 구글맵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지만, 홍합밥인 미디예 돌마를 파는 식당으로 왔다. 이스티클랄 거리에 있는 매장이라, 길거리에 판매하는 홍합보다 크기가 작았고 맛은 그냥저냥...

식사를 마치고 나서 이스티클랄 거리를 마지막으로 산책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가게 앞에서 자고 있었는데 이제껏 튀르키예에서 본 고양이 중 가장 뚱냥이였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대체적으로 날씬한 편이었기에.

성 안토니오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은 다시 눈길을 끌었다.

돈두르마를 아직 안 먹었다. 이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먹기 위해서 아이스크림 전문점 MADO로 들어갔다. 콘이나 컵으로도 먹어도 되지만, 마지막이니 바클라바와 함께 먹는 돈두르마를 선택했다. 튀르키예식 커피와 함께 먹으니 달콤 쌉쌀한 것이 딱 좋았다.

이제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갈 준비를 했다. 남아있던 현금으로 공항버스 티켓을 구입하려 했는데 현금은 안 받고 카드로만 구입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두르마 먹을 때 현금을 써야 했는데. 이 정도의 리라로는 공항에서 살만한 것이 없는 탓이다. 어쨌든 티켓을 구입하고 짐 표를 받은 후 버스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쉬움과 안도감이 함께 찾아오는 시간. 그래도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갈 곳이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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