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튀르키예-열둘

이스탄불 유럽 지구와는 다른 느낌, 아시아 지구 위스쿠다르

by 낮은 속삭임

되돌아온 이스탄불의 둘째 날. 조식을 먹고 오늘은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구 위스쿠다르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 왔을 때 참르자 자미에 가겠다고 위스쿠다르를 그저 스쳐 지나치기만 했는데 오늘은 이곳을 좀 더 살펴보는 걸로.

위스쿠다르. 튀르키예 민요 '위스쿠다르 가는 길에(Üsküdar'a Gider İken)'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민요는 한국전쟁에 참가한 튀르키예 병사들이 부르며 전해졌으며, 번안곡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고 한다. 내 기억 속에는 음악 책 어느 쪽에 '세계의 민요' 중 한 곡으로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오래 전의 기억이라 명확하지는 않다.

어제 탁심으로 올라오는 무지막지했던 그 방법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것은 바로 탁심과 카바타쉬 역을 잇는 푸니쿨라. 내 기억 속에는 갈라타 다리 부근에 푸니쿨라가 있어서 탁심으로 올라가기가 쉬웠던 것 같은데 오래 전의 기억이라 뭔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푸니쿨라도 내가 여행 왔을 때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으니, 아마 나는 이것을 타면서 갈라타 다리 근처에서 탔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쨌든 진작에 이것을 검색했었더라면 트램 1호선 종점역인 카바타쉬에서 내려 푸니쿨라를 탔겠지만,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구글맵에 의존했기에 카바타쉬역 전역인 미마르 시난 대학교 역에서 내렸던 것이었던 것.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이 푸니쿨라를 잘 활용하기로 했다.

카바타쉬 역에 내리면 바로 카바타쉬 페리 부두로 이어진다. 카라쾨이나 에미뇌뉴로 갈 일 없이 바로 위스쿠다르로 가는 페리를 탔다.

페리는 천천히 위스쿠다르로 향했다. 저 멀리에 참르자 자미가 꿈처럼 솟아 있었고 보스포루스 대교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크즈 쿨레시(Kız Kulesi), '처녀의 탑'이라 불리는 오래된 건물이 자그마한 섬에 솟아 있다. 이 탑의 역사는 기원전 5세기 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감시 초소 또는 등대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크즈 쿨레시의 전설은 튀르키예 판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일 것이다. 비잔틴 황제와 그의 딸에 관한 예언인데, 점성술사가 황제에게 '황제의 딸은 뱀에게 물려 죽을 운명이다'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황제는 바다 한가운데의 섬에 탑을 세우고 딸을 격리하여 보호하였다. 그러나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 탑에 격리된 공주에게 보내진 과일 바구니에 뱀이 숨어들었고 결국 공주는 뱀에 물려 사망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죽음을 피해 잠이 들게 되고 나중에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며 여러 가지 일을 겪은 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튀르키예의 공주는 운명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것이 조금 슬프기는 하다.

위스쿠다르로 가는 페리에서 과거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아시아 쪽 역이었던 하이다르파샤 역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보수공사 등으로 폐쇄되어 있기는 하지만 역사는 꽤 아름답다. 예전에 왔을 때는 저곳에 레스토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쨌든 지금은 닫혀 있었다.

선착장에 내려 제일 처음 검색한 곳은 위스쿠다르의 황소 동상이 있는 카드쾨이 아티욜. 트램과 버스가 이곳에서 정차하는데, 황소가 있는 광장은 작지만 그 주변에 공간이 많아 이곳은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 정해진다고 한다. 이 황소 동상은 1864년에 제작되어 한때 돌마바흐체 궁전에 설치했었으나 궁전 정원을 정리하면서 설치 장소를 조정하다가 1990년부터 이 광장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황소의 역동적인 모습이 광장 중심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트램이 천천히 올라오는 예쁜 길을 따라 조금 걸었다. 아직 배고픈 시기는 아니지만 선착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것이 조금 힘들었던 것일까.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때 눈에 들어온 스타벅스. 튀르키예에서 스타벅스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곳만큼 시원하고 와이파이를 빵빵하게 쓸 수 있는 곳이 잘 없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이곳의 2층(우리식으로는 3층)의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밀려있던 여행기도 정리해야 하고 쉬어가기도 해야 해서. 여행기 정리에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피곤해서 제대로 쓰지 않았던 부분도 있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있어서. 정리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며 유튜브 영상에 잠깐 집중.

그러다 보니 꽤 시간이 흘렀다. 위스쿠다르의 풍경을 조금 더 담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변을 검색해 보니 우산 거리가 검색되었다. 아마도 색색이 우산들이 걸려있는 모양이다. 찾아가다 보니 우산거리는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짧은 거리이지만 형형색색의 우산이 예쁘게 걸려있어서 감성적인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었다. 우산 아래에는 거의 모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길 아래쪽은 시장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장의 모습은 이집션 바자르나 그랜드 바자르 주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산 시장이 있어서 홍합밥인 미디예 돌마를 파는 집들이 있었고 곳곳에 케밥이나 피데를 파는 곳이 보였다. 시장을 돌아다니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사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고 검색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거리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의 색다른 음식점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름은 Borden. 퓨전 음식점 같아 보였고 음식이 깔끔해서 눈길을 끌었다. 시간도 많으니 천천히 레스토랑 쪽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자리한 식당은 아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약간 지나서인지 손님도 없었고. 고민하다가 그냥 들어가서 먹기로 했다. 따로 또 어떤 음식을 검색하기도 귀찮고. 음식이름은 까먹었지만, 토르티야에 새우와 샐러드, 소스가 뿌려진 것으로 양도 적당하고 약간 매콤한 것이 딱 내 입맛에 맞았다. 이 식당, 괜찮았다.

식당에서 내려와 선착장 쪽으로 갔다. 'I Love Istanbul' 조각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조각작품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유럽 지역과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고, 선착장 부근이라 사람들이 항상 북적인다.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기분 좋은 곳이다.

에미뇌뉴행 페리를 탔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자리에 앉았다. 위스쿠다르에서 더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구시가지가 좀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페리는 카라쾨이에 들렀다가 에미뇌뉴로 간다. 배를 탄 사람 중에 전통악기 악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즉석 버스킹을, 그것도 내 자리 맞은편에서 실시. 멋진 음악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즐겼다.

에미뇌뉴에 도착하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예니 자미를 지나 이집션 바자르를 둘러보고 구시가지로 향한다.

오늘은 안탈리아에서 만났던, 아들을 데리고 여행 오신 어머니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이 늦지 않도록 구시가지 근처에서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아야 소피아와 술탄 아흐멧 자미 사이의 분수대 광장, 그늘진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를 넘기며 이제까지의 튀르키예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기분좋은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평화롭고 여유로운 지금. 아마도 여행의 끝에서 즐길 수 있는 아쉬움과 일상의 익숙함으로 돌아가는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느껴지는 기분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저녁 식사시간이 가까워졌고 식당 쪽으로 이동하다가 한 현지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지난번 이스탄불의 둘째 날이던가 스타벅스에서 마주쳤던, 그리고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잡담을 나눴던 사람이다. 오랜만의 친구를 보듯이 둘 다 서로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쳤다.

안탈리아에서 만났던 모자와 즐겁게 저녁 식사. 닭날개 케밥인 타북쉬쉬와 맥주 한 병은 이스탄불의 마지막 저녁식사로 딱 좋았던 것 같다. 디저트로 나온 바클라바와 차이도 좋았고. 여행지에서 기분 좋게 만난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행복감을 선사해 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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