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란테여, 결혼하지 말라. 결혼하면 멸망하리라'

히포메네스와 아탈란테(1618~1619)-귀도 레니

by 낮은 속삭임
히포메네스와 아탈란테(1618~1619)-귀도 레니,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소장

"아탈란테여, 결혼하지 말라. 결혼하면 멸망하리라..."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이 이러하다면 어떤 여인이 결혼할 수 있을까. 신탁을 무시할 만큼, 멸망조차 두렵지 않을 만큼, 사랑의 힘이 강력한 것일까.

아르카디아의 여전사이자 왕의 딸인 아탈란테는 사냥의 명수이자 달리기를 잘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에게 내려진 신탁에 따라 결혼을 거부하던 그녀를, 그녀의 부모는 그대로 두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탈란테는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과의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는 사람과 결혼하겠지만, 지는 사람은 가차 없이 참수하겠노라고. 그녀를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무자비한 죽음만이 늘어만 갔다. 이 이야기를 들은 히포메네스는 여인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을 비난했지만, 경기의 목적이자 승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여인 아탈란테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는 경기에 참여했던 다른 젊은이들을 비난했던 자신을 탓하고서는, 아탈란테를 얻기 위한 경주에 참여한다. 아탈란테 역시 이 아름답고 멋진 청년에 반해 그를 이겨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과 그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경기에 참여한다. 히포메네스가 대해야 하는 상대는 당시 최고의 달리기 선수이자 아르테미스의 수호를 받는 여전사. 그는 자신을 이 죽음의 도전으로 이끈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승리를 기도한다. 기도를 받은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황금사과 3개를 주고 경주 중 적절한 시기를 봐서 던지라고 한다. 따라 잡힐 듯할 때 황금사과를 던져 경주에서 마침내 이긴 히포메네스. 사랑의 쟁취와 승리에 도취한 그는 그러나 아프로디테에게 감사하는 일을 잊어버린다. 배은망덕한 연인들에게 분노한 아프로디테는 그들로 하여금 대지의 여신 키벨레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게 하여 신전을 더럽히게 만든다. 원시적 야생의 자연, 거칠고 근원적 힘의 상징으로 숭배되는 키벨레 여신은, 자신의 신전을 더럽힌 이 연인들을 한쌍의 사자로 만들어 자신의 마차를 몰게 한다. 피비린내 나는 승리를 거두었던 아탈란테, 그 무시무시한 여전사를 쟁취한 히포메네스의 결말은, 그리고 그들의 멸망은 여신의 마차를 끄는 맹수가 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시벨레스 광장은 키벨레 여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광장에서 여신의 마차를 끄는 사자들의 모습으로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를 만날 수 있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의 <히포메네스와 아탈란테(1618-1619)>는 무시무시한 신화의 내용과는 달리 부드럽고 유려한 선의 움직임이, 죽음의 경주를 하는 두 남녀가 아니라, 춤을 추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조하는 바람의 움직임이 빠르지만 우아함을 더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손에 황금사과가 있음에도 예쁘고 신기한 것을 지나치지 못하는 아탈란테의 쭉 뻗은 손과, 앞서 달리는 히포메네스의 사과를 던지느라 손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비록 자신들 앞에 놓인 비극적 운명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들은 헤어지지 않을 테니.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 귀도 레니는 안니발레 카라치 형제와 그들의 사촌 루도비코 카라치로부터 고전주의 미술을 배우고 정확한 해부학적인 묘사, 명료한 윤곽선, 우미한 인체, 밝고 온화한 색채, 감정적인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고전주의 회화를 그려 바로크 양식의 기틀을 세운 볼로냐 화파의 화가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과 이탈리아 나폴리의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프라도의 작품이 원작으로 여겨지며, 이탈리아 나폴리의 카포디몬테 미술관의 작품은 귀도 레니 공방의 모사품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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