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절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알지도 못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직업도 아니었다. 난 무슨 직업을 갖고 싶었는지 생각해 보니 열정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듯이 시간을 보냈다. 방향성도 목적성도 없이 방황하는 20대를 보내고 언니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보았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내 인생에 '관운'이 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시험에 합격했다. 그 전날 공부한 문제가 다음날 시험에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다. 지금까지 '그만두고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알뜰살뜰하게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20년 넘게 나와 함께 동고동락한 직업이 나의 평생 직업이 아닐까 싶다. 나의 성격이 직업과 맞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직업적 성격과 나의 성격은 맞지 않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진시장 맞은편 000 동사무소에 배치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교통 좋은 곳에 배치되었다고 좋은 곳에 간다고 했던 선배언니들의 거짓말을 믿었다. 첫날부터 민원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민원편람 숙지를 하기 전에 업무 파악도 안 된 신입사원이 감당하기에는 민원대는 전쟁터와 같았다. 준비된 총, 칼은 아무것도 없이 오는 민원 한 분 한 분을 응대해야 했기에 옆 짝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옆 짝지 언니는 많은 민원에 법적으로 거르는 것 없이 무조건 오케이 업무 처리를 했다. 깐깐하게 업무를 보지 않았지만, 10년 동안 법적 소송에 휘말림 없이 잘 지냈다.
다른 동 담당자는 깐깐하게 인감등 법적업무를 처리했는데, 어쩌다가 한 번 정확한 업무 처리를 놓쳤는데 그것이 화두가 되어 법적 소송까지 가서 결국 본인이 퇴사를 결정한 사건도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누가 잘못된 인생을 살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냥 순리대로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불만 가득한 상황이 순리일 수도 있고, 잊어버리고 버려야 할 순리일 수도 있다. 각 자가 받은 순리가 불합리할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숨은 보석이 있어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겨내거나 포기하고 다른 희망을 찾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과 공간을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경험과 후회등을 하면서 버려야 할 것을 빨리 버리고 현명한 행동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무엇을 가지려고만 하고 과감하게 버리지 않는 마음이 지속될 때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나는 살면서 무엇을 그렇게 애타게 가지려고 했을까? 첫 근무지에서 완벽한 업무를 하고 싶었고,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근무하는 시간 동안 멋진 동료이고 싶었고, 다른 동기보다 '내가 최고'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즐기지 않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랐다. 새내기라 쉴 수 있는 틈새가 없었다. 시간도 공간도 내가 나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닥치는 대로 오는 업무를 무조건 힘들게 받았던 것이다. 일 잘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무식할 정도로 정석적인 시간만 가졌다.
어느새 나는 힘든 민원과 어려운 업무를 할 때 '나의 해방구'를 만든다. 한 달에 두 번 주말마다 갈맷길 걷기를 하거나, 글쓰기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었다. 나에게 주는 '틈새'가 없었다면 나를 지키지도 못하고 직업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첫 출근길에 누군가 '틈새'를 가르쳐 주었다면 나는 실천했을까? 생각해 보면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겪어 보고 지내봐야 느끼는 감동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첫 출근길이 멀고 힘든 하루였기 때문에 나를 지키기 위한 '쉴틈'을 만들어 던 것이다. 그때는 지나가야 하는 시간과 공간이 있다. 처음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많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다고 힘든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내 생애 지나가야 할 시간이라면 내가 조금은 덜 힘들게, 조금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해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가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함께 떨쳐버리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지만 반복된 시간과 행동을 습관처럼 하게 되면 분명 '덜' 힘들어질 것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습관적으로 만들어보자. 하루 1분부터 시작해 본다.
두려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