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비나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by 똥글이

토요일 오후, 남포동에서 수업일정이 끝날 것 같아서 남편에게 시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무더운 8월을 다들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뵌 지도 오래되어서 남편에게 말을 했다. 남편은 "안 그래도 아버님이 우리에게 할 말이 있으신지 얼굴 보자고 하시더라"며 말했다. 나는 촉이 빠른 것 같다. 왠지 2주일 뒤에 있을 제사에 대해서 말씀하실 것 같았다.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겼지만, 일단 저녁식사 약속을 하였다.


토요일 아침 독서모임 참석 후 모임 일정을 보내고 시부모님들을 만났다. 중앙동 맛집을 남편이 예약해 놓았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며느리가 너무 바빠서,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 어머님이 제사를 거의 50년 가까이 하셨는데 몸도 안 좋으시고 해서 제사를 지내지 말고 그날에 성묘를 가는 것 어때?"하고 물으셨다. 다음 주 제사를 고민이 많으셨던 아버님, 어머님 모습을 보니 며느리로서 마음이 아팠다. 맞벌이 부부로 직장인 엄마로 '바쁘다'는 이유로 제사를 모실 수 없고 성묘로 대체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모습을 보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분명 시부모님과 남편의 배려에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 며느리가 집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밖에 나가서 돈까지도 벌어오는데 제사 이게 뭐라고? 아니 제사를 정리해 주시는 것이 맞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모진 마음에 나쁜 생각으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남편이 예전에 다니던 외국계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1인 사업자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50세 넘어서 저렇게 힘쓰고 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물론 가장으로 '당연한 의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배려와 이해가 있어서 남모르게 받는 혜택도 있고, 내가 받은 사랑이 고마워서 누군가에게 조용히 그 배려를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남편은 시부모님께서 제사를 정리하실 의향을 논의할 때부터 근래에 본인 생각에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 '조상님의 은덕'을 모시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무서운 생각도 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할 때는 우주의 에너지들이 움직여서 이루어질 것인데 그 기운을 놓치고 버렸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대응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하지만, 본인 마음이 무겁고 힘든 생각이 드는 것은 선택의 몫이 본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편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느꼈던 정도 있고 그분들 제사를 모시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애뜻함을 간직하고 제사를 모시고 싶은 마음을 놓치 못할 수 있다. 다만 함께 할 수 없는 아내의 힘듦과 바쁨도 보이기에 고집을 피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제사라서 모두를 위해 지금 정리해야할 때가 적기일수 있다.


남편과 내가 제사를 가지고 온다고 해도 일 년의 한번 정성껏 모실 수 있겠지만, 내 자식까지 넘겨줄 자신이 없고, 제사의 의미를 소중하게 가지고 모실 아이들이 힘든 사항이라 지금은 섭섭한 마음이 있지만, 시부모님들께서 현명하게 정리해 주시는 부분에 감사할 따름이다. 결론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이전 주말에 가족들 모두 소풍 가는 마음으로 성묘를 가기로 했다. 간단한 음식을 가지고 가서 가족들이 모여서 조상님들께 인사드리고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요일 오전 가족들이 다 모였다. 진해 천자봉에 모여 정성껏 마련한 작은 음식들을 함께 나눈다. 돗자리를 펴고 가지고 온 음식들을 정성껏 담고 마음 깊숙히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가족들과 음식을 간단히 나누어 먹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더운 여름 힘든 시간을 겪은 가족들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다. 오늘 조상님들은 제 마음을 알까요? 마음은 무겁지만, 감사한 마음과 깊은 생각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조상님 비나이다. 바쁜 증손자 며느리 정성 없다고 혼내시지 마시고, 작지만 최고의 정성을 발휘해서 음식과 마음을 준비해서 올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나는 현대인들이 바빠서 못하고 아니 힘들어서 하지 못하는 제사를 이렇게 정리하려고 한다. 내 마음은 변치 않고 더 많이 존경하오니 후손들에게 많은 힘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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