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을 앞둔 공무원언니를 만나러 갔다. 점심시간은 짧고 이야깃거리는 많다. 최대한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다. 쏜살같이 지나온 33년 세월을 그리워하듯 언니는 19년 전 함께 근무했던
우리들의 추억을 회상했다.
무심한 듯 흘리는 지난 세월의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함께 식사하는 다른 언니도 30년 넘은 공직생활과 이제 5년도 남지 않은 퇴직에 많은 생각들로 질문이 많았다. 평소 언니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도 변해서 아프거나 힘들어졌고, 힘든 건강상태가 갱년기를 맞이하는 친구들 관계도 불편함을 준다고 했다. 별일 아닌 일에 화가 나기도 하고 서로의 처지가 달라지는 변화에 질투와 한탄을 하는 모습에 서로 속상해하는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긴 세월을 지나왔는지 감사한 마음도
있고. 떠나야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뭐가 더 좋을 것이라는 정답 없는 인생 2막을 맞이하러 가는 언니는 나에게 물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출퇴근조차도 힘들었던 언니의
33년은 누구보다 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회사를 나가면 내가 온전히 다 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두려움도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라고 말을 던진다.
"언니 괜찮아, 어차피 모든 선택은 50프로와 51프로 차이로 1프로의 희망으로 결정되는 거야
결정에 두려워말고 언니의 소중한 하루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돼."라며 말을 던졌다.
남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일 것이다. 막상 내가 부딪치게 되면 강도가 100이 될지, 500이 될지는 부딪쳐봐야 한데, 알 수 없는 미래 덕분에
내 소중한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인생 2막을 걸어가는 언니에게 꽃길만 걸으면 좋지만, 때로는 비 맞으면서도 흠뻑 젖은 빗속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하루도 즐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33년 세월을 함께한 언니의 20대. 30대. 40대. 50대
에 감사선물을 보낸다. 하루하루 묶여 있던 언니의 하루를 과감하게 풀고 이제 언니가 알뜰히 채워갈 하루하루를 꿈꾸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