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이 체육 실기 준비로 몸과 마음이 힘들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빨리 입금해 줘." 실기시험으로 서울로 이동하는 활동비로 체육 학원 선생님께서 요청하신 금액이다. 순간 반말 비슷하게 나에게 하대하듯이 말하는 아들에게 발끈했다.
"아들 입금은 해주는데 너 그 말투가 왜 그래?"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들은 급한 목소리로 "알았어 알았어 빨리 입금해 줘" 말했다. 긴박한 순간도 아닌데 실기시험 가기 전에 이놈을 따끔하게 혼내고 한마디를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들 너 지금 바쁘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 아들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2분 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죄송해요. 요즘 실기 운동 한 과목이 만점이 안 나와서 조금 힘들어요." 근래에 운동 실기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괜찮아"라고는 말해 줄 마음의 여력이 없었는지 나는 "아들 그래 네 마음도 알지만, 그렇게 하면 안 돼 엄마, 아빠가 너희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뒷바라지해 주는 것이지. 엄마가 하녀처럼 아들에게 그렇게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어"라고 말했다. 아들은 미안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어른이 아니었다. 어른처럼 차분하게 문제를 대응해야지 생각하면서 또다시 흥분과 화를 낸다. 평온함을 찾기가 힘들다. 여전히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고3 아들은 본인이 누구보다 제일 긴장되고 힘들 텐데 조금 더 아들을 배려했어야 했다. 매일 운동한다고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잘하고 있는데 칭찬과 격려는 없었다. 퇴근 후 아들 얼굴을 보게 되면 "우리 아들 힘들었지?"라며 형식적인 눈인사만 했다. 소고기와 닭 가슴살을 먹어야 한다는 아들을 위해 퇴근 후 급하게 코스코 가서 장 봐오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누군가는 직장인 엄마로서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또 어떤 뒷바라지를 더 해야 하냐고 물어볼 수 있다.
'부모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에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듯이 서로의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 그때 내 정성이 작아서 미안한 것이 아니라, 고3 아들을 조금 더 안아주고, 조금 더 배려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 든다. 급하게 걸려온 전화에 흥분해서 내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아들이 급하게 그렇게 말할 때는 이유가 있겠지, 그럴 수 있지'라며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오늘 엄마는 실기 시험 보러 간 아들을 응원한다. 추위가 지나면 따뜻한 봄날이 오듯이 고3 아들이 정시 실기 등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 행복한 봄날을 맞이하기를 엄마는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