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지하철은 항상 나를 긴장시킨다.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쓸려가듯이 밀려간다. 나의 몸이 밀려갈 몸이 아니다. 직장인 엄마로 20년 넘게 다져온 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밀려가기에 쉽지 않다. 이런 나도 아침 출근길은 두렵다. 지하철 문 옆에 포진된 젊은 분들이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지하철 역마다 내려야 할 곳이 오른쪽, 왼쪽 바뀌지만 거의 지하철이 움직이는 방향 오른쪽 문이 개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 포진된 분들은 내렸다가 다시 타거나 비켜줄 의사가 없다.
예전보다 더 '배려'가 없는 상황이 많다. 지하철 문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도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다. 비켜주지 않고 내리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출, 퇴근 시간 지친 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작은 배려로 당신과 그들의 오늘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나는 지하철 문 입구에 밀착해서 서있다. 다음 역에 내려야 해서 누구보다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순간 지하철 문이 열렸는데 내 앞에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려서 비켜주는 사람도 없었다. 밀치듯이 밀어내고 내리면서 순간 밀린 그녀에게 두 손을 펼쳐서 "괜찮으세요?"라는 물음만 남기고 떠나야만 했다.
지하철에서 밀치듯이 내린 나도, 듬직하게 비켜주지 않는 그들도 서로를 배려하지 않았다. 어느 광고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여자와 남자의 대화가 생각난다. " 저 여기서 내려요"라고 슬며시 유혹하듯 던졌던 그 말이 생각난다. 나는 내리면서 당혹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어머, 저 내려요." 내 앞에 누군가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철 문 앞에 옹기종기 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내릴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 착각이었다. 그렇게 밀리듯 내린 나도 유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했다. 밀리듯이 밀치듯이 떠 밀리듯 내렸던 그녀에게도 미안한 마음과 비켜주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불편했던 내 마음도 모두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정답은 없다. 그 상황과 그 사람이 다르고 '다름'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 속에도 함께라는 '작은 배려'가 있으면 어제 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그들과 내가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