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정말 수고했어. 고마워

by 똥글이

아들은 어릴 적부터 똥인지 된장인지 만져보고 먹어보고 던져보아야 하는 그런 놈이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빅뱅 노래로 한글을 보고 말했고, '진달래꽃' 노래에 꽂혀서 600번 넘게 들으면서도 지겨워하지 않았다. 뭔가 꽂히면 미친 듯이 저돌적으로 집중하였다. 공부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인 엄마라는 면죄부와 둘째 아들이라는 배려가 관심보다는 자유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 든다. 이제 고3 아들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운동을 대학교 입시 방향으로 잡고 열심히 실기를 준비했다. 토요일 마지막 00대 실기시험으로 서울에 다녀오면서 스타트 소리를 듣지 못해서 늦게 출발한 이유로 속상한 마음 한가득 안고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나는 토요일 새벽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실기시험이고 아들이 그렇게 원했던 대학 실기시험이라 긴장이 되었다. 30여 명 선택되는 정시 인원에 1,800여 명이 몰려서 35 대 1 경쟁률이 기록하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조별로 실기시험을 보는 일정이었다. 힘든 여정이 끝난 오늘 아들은 속으로 울었다. 그 울음소리는 수화기 속 저 멀리 울리고 있었다. 통화하는 동안 별다른 말은 없었다. 1초 늦어지면 감점 차이와 실기 괴물들만 온다고 하는 이곳에서 얼마나 억울할지 나는 안다. 제대로 된 공부도 고3이 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미친 듯이 했던 아들이 원망 세웠지만, 그래서 더 실기에 집중해서 만점 신화를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종목들은 거의 만점을 받았다. 내가 볼 때 아들도 '실기 괴물'중 한 명이라고 생각 든다. 뒤늦게 시작된 진로이지만, 후회보다 도전이 더 강력했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불같이 붙어서 열심히 하는 아들을 알기에 뒤늦은 후회와 가르침에 부족함은 있지만 항상 믿었다. 오늘 아들은 엄마한테만 보여준다고 기차 타고 내려오는 길 적은 글을 카톡으로 전달해 줬다. 슬며시 보면서 아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심하듯 말도 잘 안 하는 아들 속마음이 이렇게 간절했고, 열심히 했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실수를 했다는 아들에게 마음 소리를 그냥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들 조금 더 신경 썼어야지, 출발 신호를 잘 들었어야지, 더 신중했어야지"라고 내 한탄만 했다.


​아들 글에는 ' 성실하지 않았지만 남들보다 간절했고 남들보다 훨씬 더 노력했다. 잘하는 사람 영상 찾아보면서 몇천 번 분석하고 내 거로 만들려고 했고 잘하는 종목이라도 몇 번이고 다시 연습하고 만점 이상으로 받으려고 노력했다. - 중간 생략 - 남들은 그 정도 했으면 되지 왜 더 하냐고 했지만 난 만점이 목표가 아니었고, 당연히 해야만 한다 생각하고 했다. 그저 개인 한 게 치를 뚫어보고 싶었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헷갈리고 힘들 때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남들보다 공부를 덜 해서 그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미터를 뛰어보기라도 했더라면, 하던 대로만 했더라면 결과가 좀 달랐을 텐데 너무 허무하고 찜찜하다. 실기 준비에 있어서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이 악물고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정신 차리고 멘털 단단히 잡고 미친 듯이 독하게 공부해서 돌아온다.


​길게 적은 글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늦은 밤 식단 관리로 먹지 못했던 족발을 사주면서 계속 웃었다. 왜 이렇게 웃음만 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는 그 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족발을 뜯었고 정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충만한 야식과 식단으로 즐거워할 우리들의 미소를 그려보았다.


"아들 정말 수고했어. 잘했어. 인생에서 점하나 찍고 가는 그 길에 조금씩 성장하는 너를 볼 수 있어 감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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