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근처 불교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20년 이상 직장을 다니면서 그곳을 방문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직장 동료 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부적 사러 갑시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뭔 부적? 어디서?" 대답이 끝나기도 무섭게 내 몸은 거기로 가고 있었다. 점심시간 틈새를 놀린 '희망 놀음'이다. 셋이서 뛰어가듯이 들어간 가게 안에서 인상 좋으신 보살님이 앉아 계셨다. 몇 년 전부터 부적을 사서 간직해 온 직장동료는 익숙하듯 보살님께 아이들과 남편, 본인, 엄마, 아빠 생년월일을 말한다. 이번 연도 3재에 관한 이야기와 3 재라도 다 안 좋은 것은 아니며, 사고수나 건강 등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조언과 부적을 추천해 주셨다. 가족들 다 본다고 부적을 다 추천해 주지는 않는다
그중에서 꼭 부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부적을 모아 모아서 접어 주셨다. 가격도 다양한 모양이었다. 그 해에 힘든 사람들은 부적이 많아지면 돈을 조금 더 지불하기도 한다고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당연히 고3 아들을 먼저 물어보았다. 보살님을 생년월일을 보시더니 "이 아이는 정말 머리가 좋군요. 정말 좋아"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진심이 튀어나왔다. "공부는 안 하고 못하는데요"라고 말해버렸다. 보살님은 "공부랑 머리 좋은 것은 다르지. 이 아이는 이번에 뭐 했어? 좋은 기운이 들어와 있는데 시험을 봐도 잘 보고 좋은 결과도 있는데....."라며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대학 정시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속 마음을 말해버렸다. "네. 아직 대학 발표가 나지 않았어요." 가능성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보살님은 말씀하셨다. "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데. 걱정 마"라고 무심하듯 던져주셨다. 희망고문 같았지만, 그저 믿고 싶었다. 아니 믿음이 생겼다. 왠지 저 부적만 가지고 있으면 더 잘 될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붉은 종이로 둘러싸인 저 부적이 주는 에너지의 힘을 믿고 있었다.
아들과 딸 두 명 부적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부적 두 개를 가지고 왔다. 모임 후 늦은 시간 아이들은 자고 있지 않았다. 딸과 아들에게 두 부적을 잊지 않고 주었다. 요즘 이제 50세를 넘어가는 지천명을 지나는데 깜박깜박할 때가 너무 많다. 숙취가 해소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억력은 오늘 꼭 '희망'을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일지 모른다. 아들은 무심한 듯 고마운 듯 부적을 받고 지갑에 넣어야 한다는 엄마 말대로 실행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아들, 힘내고 잘 될 거야"라며 조용한 목소리로 눈치 보면서 말했다. 늦은 시간이라 아들은 엄마에게 희망적인 마음과 달리 현실적인 대학 합격선을 이야기하고 싶었겠지만, 조용히 부적 뫄 마음을 받았다.
이 밤 나는 '부적의 힘'을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님 '희망'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살면서 미신이라고 믿지 못할 때도 있지만, 우리가 형용할 수 없는 현상들도 많이 있다.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에 '진실'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는 밤이다. 그저 힘들어하는 아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싶었고, 막막한 미래를 꿈꾸는 딸에게는 '소망'을 주고 싶었다. 보살님 말씀도 진실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 믿음 속에 거짓이 존재한다고 해도 내 마음은 받아 드릴 생각이 없다. 오늘 밤은 그저 내 주변에 떠 있는 수많은 에너지 힘들을 모아 모아 두 손에 담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엄마일 뿐이다. 응원과 격려의 말에 힘을 얻듯이 오늘은 붉은 기운 부적에 힘을 얻어본다. 모든 우주의 힘과 에너지가 아들에게 와 닿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