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삶으면서 첫 발걸음은 나를 지키는 '자존'이다

by 똥글이

수많은 책을 읽는다고 읽은 책만큼 내가 성장했을까? 경험이 많다고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을까? 순간순간마다 그때는 그랬다고 웃기고 싶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필사 300 일하고 400 일하고 무엇을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나'를 먼저 알지 못한다면 흔들리는 내가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는 존재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나다움을 찾지 못했다. 나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를 알지도 알지 못한다. 언제쯤이면 내가 나를 알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고3 아들이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마냥 아기처럼 집안 정리도 안 하고 먹은 음식은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겨놓고 자기 방에 문 잠그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보고 싶은 아들 방은 절대 아니다. 대학입시시험 후 체육 실기까지 마무리하고 하루 만에 아르바이트를 구했던 아들이 벌써 며칠째 힘든 첫 노동을 하고 있다. 입으로는 말한다. "엄마 당연히 돈 벌려면 힘들죠.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라고 말은 한다. 저녁 늦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온 아들은 허겁지겁 고기를 찾는다. 배고픔에 허덕이다가 안락한 집에 오니 입이 터졌을 것이다. 아르바이트 이틀 만에 1만 원 팁을 받아온 아들이 귀엽기만 하다.


​박웅현 '여덟 단어'책을 우연히 펼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첫 장부터 눈에 들어온 단어는 '자존'이었다. '당신의 별을 찾아서'라는 부제도 볼 수 있다. '당신의 별'은 의미심장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누구 나의 별은 있다는 전제를 담고 나만의 별을 찾는다는 의미인데, 과연 나는 나다움으로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살고 있는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끌면서 나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 속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달랐다. 입으로는 가치다운 가치를 말하면서 순간순간 '결과'에 대한 혹독한 비평으로 '과정'의 소중한 노력을 잊어버리고 막말을 할 때가 있다. 이런 나를 볼 때면 나도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과에 격분에서 아이의 노력에 대해 감사함보다 서운함이 커서 아이에게 잔소리처럼 말한 적이 있다. 순간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내 모든 서러움과 섭섭함을 표현한 뒤였다. 지금은 그런 실수 횟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서툰 어른이다.


​어릴 적부터 아이의 행동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더 다독여주고 힘을 줘야 아이가 '나다움'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이제는 잘 안다. 상황 변화에 아이에게 귀책사유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과 격려와 지지만이 필요한 것을 깨달았다. 고3 대학 입학시험 후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싶은 것은 아들이다. 아들이 더 많이 섭섭하고 아쉽고 힘들었을 것을 알기에 오늘도 두툼하게 살이 오른 새우와 소고기를 굽는다. 아르바이트로 뒤늦은 야식을 찾는 아들에게 더 애틋하게 잠 오는 눈을 비비며 맛있는 소고기를 굽는다. 버터에 곱게 구워진 소고기에 아빠가 사 온 맛집 주먹밥을 함께 놓아주니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들이 보인다. 아들이 나다움을 잊지 않고 당당하고 정직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독점 시장 부모 자리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고 싶다. 운동 열심히 해서 오래 살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생기고 아들을 더 사랑해야 할 증명서가 필요한 시간이다. 오늘도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무지한 부모에서 탈피해서 한 걸음 가족 곁으로 다가간다. 힘든 세상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무대로 즐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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