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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귤 May 09. 2024

좋은 문학 편집자 되는 법

『문학책 만드는 법』 리뷰

  『문학책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은 명확한 기대를 하고 책을 집어 들게 한다. 당신이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라면 책 제작의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분담한 작업, 이를테면 보도자료 작성이나 표지 디자인만 숙달되면 된다.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책을 고를 때에도 해당 작업에 관한 책을 고를 테다. 그래서 '책 만들기'라는 말은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어감을 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독립 출판이나 1인 출판을 시도하려는 독자에게 어필하는 제목의 이 책 하나만 읽고 문학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미 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문학 편집자가 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다.


  책은 독자가 이미 책 만드는 과정을 꿰고 있을 것이라 상정하고, 과정 중 발생하는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팁에 집중한다. 책 만들기를 다루는 다른 도서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출판 책 만들기』와 비교하자면,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출판 책 만들기』는 신간 안내문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떤 순서와 무슨 이유로 작성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지만, 이 책은 신간 안내문 작성이 막막하다면 문학의 향취를 지닌 영화의 광고 카피와 일간지 도서 추천 코너를 눈여겨보도록 권고하는 것에 지면을 더 할애한다. 이러한 팁과 경험담이 편집자 직무에만 국한되어 있어서 책의 제목에 대한 실망이 한 층 커진다.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책의 장르에 있다. 직설적인 제목과 간결한 디자인은 실용서의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실용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만 에세이의 문법으로 내용을 보여준다. 강윤정 편집자의 사 주치 업무일지를 따라가는 구성으로, 각 주차 별로 발생한 문제에서 얻은 깨달음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 실용서와 에세이의 중간 성격은 강점이자 약점이다. 빨리 정보를 얻으려는 독자는 답답할 것이고, 일반 독자 입장에선 읽는 재미가 있다.


  책을 만드는 법을 알고 싶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출판 책 만들기』를 읽어라. 문학 편집자의 삶과 소소한 팁이 궁금하다면 『문학책 만드는 법』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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