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커트 볼 드라이브 연결 레슨이 답이 될까?
탁구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드라이브다. 그중에서도 커트 볼 드라이브가 가장 어려운데 이 기술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의 탁구 실력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탁구인들의 로망이기에 수많은 유튜버들은 ‘어떻게 하면 커트볼 드라이브를 잘 걸 수 있을까?’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내가 꽂인 건 즐겨보는 "임창국의 핑퐁타임"의 임창국 코치의 말이다.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백 쪽에서 돌아서 커트 볼 드라이브를 거는 연습을 수없이 한다. 그러면서 몸의 중심 넘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치는 돌아서 커트볼 드라이브 거는 연습을 시키지 않고 화 쪽에서 드라이브 거는 연습만 시키기에 커트볼 드라이브가 잘 되지 않는다. 돌아서 커트 볼 드라이브 거는 연습을 많이 해라. 그러면 화쪽에서 거는 드라이브는 저절로 될 거다.”
결국 돌아서 커트볼 드라이브를 걸 줄 알아야 화쪽으로 오는 포핸드 드라이브를 잘 걸 수 있다는 말이다.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하는 연습을 2년 가까이해 오고 있다. 이제야 그 연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지 게임에서 돌아서 스매싱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돌아서 스매싱하는 게 편해지기 시작하자 화쪽으로 오는 공은 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결 쉬워졌다. 수학의 정석을 예로 들자면 돌아서 스매싱하는 게 심화 편이라면 화쪽에서 스매싱을 하는 건 기본 편이라고 해야 하나? 난도 높은 심화 문제가 풀리니 기본문제는 당연히 쉬울 수밖에.
하지만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을 자연스럽게 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돌아서 상대의 백 쪽으로 스매싱을 하면 화쪽은 당연히 비게 된다. 그러면 상대가 화쪽으로 빠르게 빼고 나는 화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전력질주한다. 이러기를 수백번 했다. 그러나 반복을 좋아하는 기질이어서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믿음 때문인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되었다 싶은 기술이 잠깐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바로 사라지는 걸 자주 경험했기에 몸에 새겨질 때까지 때려 박겠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무식하게 지겹게 연습하고 있다.
스매싱은 이렇게 틀을 잡았으니 이제 커트 볼 드라이브에 집중할 때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탁구를 치다 보면 무엇에 취약한지 저절로 알게 된다. 알고 있지만 시도하지 않을 핑계는 차고 넘친다. ‘돌아서 스매싱하는 연습도 아직 미숙한데. 백 푸시, 백 드라이브 연습할 시간도 없는데. 서비스 연습도 해야 하는데.’ 등등. 그렇게 커트 볼 드라이브 연습은 구석으로 밀려났다. 레슨 시간 때도 찬밥 신세. 20분 중 5분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했다. 이러니 게임 중 커트볼 드라이브 걸 찬스가 오면 쭈뼛거리지. 기계볼에서 연습한다고 하지만 5분 레슨으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러면서 매번 “아! 이제 진짜 제대로 커트 볼 드라이브 연습을 해야 하는데.”라는 다짐을 수차례 해왔다.
그렇게 커트 볼 드라이브는 항상 밀려 있는 숙제였다. 솔직히 가장 하기 싫은 이유는 커트 볼 드라이브를 하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고통스럽다는 데 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먹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돌아서 스매싱 연습을 할 때에는 ‘언젠가는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커트볼 드라이브의 경우 '언젠가는 될 거야'라는 믿음이 부족하다. 그 믿음을 부여잡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연습해야 하는데 그러한 믿음이 없으니 한참을 미루어 놓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먹어지는 걸까? 돌아서 스매싱하는 연습을 통해 화쪽에서 스매싱하는 게 쉬워진 경험이 있기에 임창국 코치의 ‘돌아서 커트 볼 드라이브를 해야 화쪽에서도 커트 볼 드라이브를 잘 걸 수 있다.’라는 말을 냉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치로 다른 사람의 말을 수용한다. 어찌 되었든 '내게 맞는 방식으로 내가 해 온 방식으로 연습해 보자'라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연습하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야'라는 믿음도 생겼다.
드디어 9월부터 12월까지 커트 볼 드라이브에 시간을 내어 주기로 했다. 커트볼 드라이브에 집중하다 기존에 잘 되고 있던 스매싱이나 백드라이브가 잘 되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 레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주 2회 10분씩 커트볼 드라이브 연결 레슨을 받기로 했다. 10분 동안 커트 볼 드라이브를 건다는 건 녹록지 않다. 그것도 화쪽 하나, 미들 하나, 돌아서 하나. 돌아서만 거는 건 단순하기에 관장님과 상의 후 이렇게 레슨 방향을 잡았다. 관장님은 “이렇게만 할 줄 알면 불규칙으로 오는 커트 볼 드라이브는 다 걸 수 있다.‘라고 응원한다. 맞아요. 그걸 위해 한 번 해 보려고요.
첫 번째 '커트 볼 드라이브 연결' 레슨 시간. 화쪽, 미들 쪽, 백 쪽에서 돌아서 커트볼 드라이브. 공을 쫓아다니며 거느라 숨이 턱 밑까지 가빠온다. 급기야 관장님께 얼마나 남았냐며 물으며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 자리 잡는 것도 어색한데 그 자리에서 커트 볼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니 모양새가 우습다. 얼마나 고된지 오뉴월에 개가 혀를 내밀듯 입안의 침이 입 밖으로 흐를 것만 같다. 레슨 후 관장님은 "진짜 체력 좋아." 를 연발한다. 이제껏 길러왔던 체력은 정녕 '커트 볼 드라이브' 너를 위한 것이었더냐?
하지만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레슨 후 온몸이 소진된 듯한 느낌.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다시 라켓 잡을 힘이 없어 집으로 돌아와 밤새 끙끙 앓았다. 다음 날 관장님께 "죽는 줄 알았어요." 하소연했더니 ”처음이라 그래.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 담담한 말이 뭐라고 위로가 된다. 그래. 처음이라 그렇지. 사소한 습관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새로운 걸 일상에 들이는 게 그리 쉽겠니?
그럼에도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믿음이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 누가 뭐라든 이러한 믿음을 부여잡고 묵묵히 가면 된다. 묵묵히 가는 건 그나마 자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