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위부수 회원은 “돌았으면 카운터라 생각하고 한 방에 제껴야 한다.”는 관장님의 레슨법대로 탁구를 쳐 왔다. 그러나 그는 "돌아서 상대의 백 쪽으로 세게 칠 경우, 상대가 포핸드 쪽으로 빼는 공의 속도도 빨라져 공을 쫓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중간 세기로 공을 친 후, 다음 공인 5구에서 결정구를 내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어차피 중간 세기로 쳐도 맞받아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에 5구에 결정구를 내는 게 미스할 확률도 줄고 훨씬 안정적이다." 그는 구력 10년의 탁구인으로 아무도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아 자신의 탁구가 늘지 않았다며 지난 세월을 안타까워한다.
요즘 연습 파트너와 돌아서 한방에 끝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돌았으면 카운터라고 생각하고 한 방에 제껴야 한다."는 관장님의 레슨 철학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백핸드를 상대편 모서리로 깊숙이 보낸 후 돌아서 세게 치는 시스템인데 도는 타이밍이 안 맞거나, 세게 친다고 쳤는데 원하는 세기가 아니거나, 밀어 치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파트너의 수비가 좋아 뚫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연습을 주 3회 정도 연습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처음에는 백 쪽으로 5번 뚫기, 포핸드 쪽으로 5번 뚫기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어설퍼 1시간이 되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다. 점점 시간이 단축되더니 이제는 30분 정도면 끝난다. 파트너와의 연습을 지켜보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돌아서 세게 치는 건 이제 충분하니 자신의 방법대로 돌아서 중간 세기로 친 후, 다음 공에서 결정구 내는 연습을 해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충고란다. “제가 시행착오 줄여 줄게요. 제 말대로 하면 빨리 늘 수 있어요.” 지름길인가?
그의 방식대로 연습해 보았다. 문제는 그가 원하는 중간 세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몸은 이미 세게 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중간 세기로 치려 해도 세게 치거나 아니면 너무 약하게 치거나 둘 사이를 오간다. "너무 세게 치잖아요. 너무 약하게 치잖아요." 에고! 중간이 없다. 탁구에서도 중용은 실현되기 어려운 경지인가? 왜 중간 세기를 못 치는 걸까?
중간 세기로 가기 전 단계를 충분히 거치진 않은 건 아닐까? 그는 10년 가까이 탁구를 치면서 세게 치는 기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세게 치는 것도, 중간 정도 세기로 치는 것 역시 조절 가능한 것 아닐까? 난 돌아서 세게 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공의 파워만 놓고 볼 때 그는 내가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에 답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안타까웠다는 그 시간을 통해 그는 돌아서 세게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러면서 공을 치는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런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럼 내 경우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간혹 가뭄에 콩 나듯 그가 원하는 중간 세기의 공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중간 세기예요."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서만 그 세기를 이해할 뿐, 나 자신이 중간 세기라고 느끼지 못했다. 내 감각이 아니라 그의 감각이다. 내가 느끼는 중간 정도의 세기라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감각을 얻기 위해서는 내 나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처럼 세게 쳐서 수많은 미스를 하는 경험을 거쳐야 나도 공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힘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힘 빼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가 깨달은 지름길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인 건 맞다. 하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세게 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처럼 자유자재로 공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순간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이제 막 그 길의 초입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이다. 과정 중이다. 그가 내 시행착오를 대신해 줄 순 없다. 겪어야 할 일은 내가 겪어야 한다.
탁구 코치이자 유투버 임창국은 “미친 듯이 돌아서 제끼는 시절도 필요하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조건 제끼던 시절이 있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한테는 지금이 미친 듯이 돌아서 쩨끼는 시절이 아닐까? 돌아서 제낄 만큼 제꼈다고 생각한 순간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지. 그때까지 미친 듯이 제껴 보자. 머리가 아닌 몸으로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