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회, 최 코치에게 이틀, 관장님께 하루 레슨을 받는다. 관장님은 순수 아마추어 1부로 대기업을 다니다가 조기 퇴직해 탁구장을 열었다. 최코치는 관장님 아들로 초등학교 5학년 때 탁구를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때 청소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선수 출신이다.
요즘 푸시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관장님이 팔꿈치를 올리라고 해서 열심히 팔꿈치를 올려 푸시를 한다. 관장님은 팔꿈치가 예전보다 몇 센티미터 올라갔다며 흡족해하신다. 하지만 최 코치는 푸시를 하는데 왜 팔꿈치를 올리냐며 내리라고 한다. 한 사람은 올리라고 하고 한 사람은 내리라고 한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한 가지 기술에서 서로 다른 레슨법이 여러 번 부딪혔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여기에 더해 푸시를 잘하는 회원은 자신이 깨달은 방법을 설명하며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를 더 꼬이게 만든다. 길을 잃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 전국 생활체육인 탁구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적 있는 탁구 유투버 윤홍균의 영상을 보다 답을 찾았다. 그는 라켓 각도를 예로 들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기술에 있어 각도에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 라켓 각도도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사람마다 신체 능력이나 파워, 각자가 낼 수 있는 최대치가 다르다. 탁구를 어렵게 하면 어렵게 할수록 자꾸 이론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 탁구가 점점 어려워진다. 저한테도 각도가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잘 안되면 조언을 받아들이겠지만 저는 이게 틀렸다고 생각 안 한다. 정답이라고도 생각 안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 저렇게 하는 사람,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구할 시간에 라켓을 휘둘러 봐라. 휘둘러 보면 답이 나온다.정해져 있지 않다. 정해져 있으면 마롱과 판젠동도 각도가 다 똑같아야 한다. 하지만 다르다."
그는 또한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에게 너무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게 하고 싶어서 "정답은 없다. 대신에 나는 이렇게 한다. 너는 이렇게 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 정도만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면 안 돼, 무슨 포핸드 드라이브가 그 모양이냐? 백 드라이브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야기한 적은 없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 거다.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너무 강하게 표현하는 건 그 사람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막을 수 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탁구를 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편협한 생각 안에 갇혀 있었구나'라는 반성과 함께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기 위해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 한층 자유로워진 기분이다.왜냐하면 관장님을 비롯 많은 회원들로부터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움츠러들면서 한 가지 기준에만 맞춰 탁구를 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 방법이 아니면 내가 잘못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강박에서 벗어나 내 신체 능력이나 파워에 맞는 창의적인 탁구를 쳐도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스스로의 감옥에서 풀려나 무한한 자유를 얻은 기분? 정답이 없다잖아. 라켓을 휘둘러 보라잖아.
그래서 푸시의 접근법을 달리 하기로 했다. 첫째, 푸시를 잘하려면 손목 힘이 좋아야 한다. 우선 내 신체 능력이나 파워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푸시를 하기 위한 내 신체 능력은 어느 수준일까? 손목 힘이 약한 편이라 손목 힘을 기르는 연습이 급선무다. 없는 손목 힘을 가지고 백 드라이브를 계속 연습하는 것은 자칫 의미 없는 연습이 될 수 있다. 둘째, 푸시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기준은 손목으로 때리는 ‘딱 소리’가 나야 한다는 거다. 중요한 건 소리다. 팔꿈치를 올리고 내리고에 연연하지 말고 소리를 낼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소리 내는 법부터 감각적으로 안 다음 스윙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기계실에서 손목 힘을 기르기 위해 탁구대에서 멀리 떨어져 치기도 하고, ‘딱 소리’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어떻게 해야 소리를 낼 수 있는지 “휘둘러 보면 답이 나온다”라는 윤홍균의 말을 굳게 믿으며 열심히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창의적인 탁구를 위해서 말이다.
사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라' 라는 말은 탁구뿐 아니라 작가, 화가, 뮤지션 등 예술가들에게도 자주 통용되는 말이다. 탁구가 뭔지도 모르고 이론에만, 레슨법에만 치우쳐 탁구를 치던 내게 이러한 말들이 지금에야 들리기 시작하는 건 그래도 3년이라는 좌충우돌 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문득 관장님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하늘 씨는 스매싱을 몸 쪽으로 당겨서 치는데 그나마 임팩트가 있어 지적하지 않는다.”라는. 어쩌면 이미 난 나만의 스타일로 탁구를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