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위 부수 회원과 게임 중이다. 요즘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하는 걸 연습 중이라 계속 돌려고 시도한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아니 무모하리만치 돌아서 치려 용을 쓰고, 그는 탁구대에 딱 붙어 여기저기 코스로 공을 빼느라 바쁘다. 그가 의도한 대로 난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쁘고, 그는 내가 공격하는 공을 느긋하게 수비하고 있다가 본인의 포핸드 쪽으로 오는 공만을 기다렸다 여지없이 공격한다. 마치 돌아서 공격하면 진다고 생각하는지 화백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딱 한 번 돌아서 치는 걸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그의 공을 포핸드 쪽으로 빠르게 빼는 바람에 공격이 실패하자 다시는 돌려하지 않는다.
무모한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자 맞 쇼트로 싸우다가 포핸드 쪽으로 오는 공만을 공격하겠다는 전술이다. 그러다 보니 맞 쇼트가 지루해진 내가 먼저 그의 포핸드 쪽으로 빼기 일쑤다. 그는 안전한 게임을, 나는 배운 것을 해 보겠다고 발버둥이다. 물론 계속 돌아서 쳐 보려 연습하는 내가 여지없이 지고 만다. 도는 타이밍을 잡지 못해 미스를 하기도 하고, 도는 게 너무 표가 나 상대가 포핸드 쪽으로 공을 빠르게 빼 쫓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분명 ‘카운터’라고 생각해서 쳤는데 수비에 막혀 빠르게 리턴해 오는 공을 놓쳐 허둥대기도 한다. 돌아서 스매싱을 해 상대의 수비를 뚫으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게임 후, “서비스를 넣는 이유는 3구에 공격하기 위해서다. 3구 공격을 해라.”는 관장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3구 공격으로 수비가 뚫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돌아서 쳤는데 그 공이 빠르게 돌아올 경우 어떡할 거냐? 답은 연결에 있다. 상대의 공을 하나 더 받아넘기는 사람이 이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서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과거에 난 수비 전형이었다. 관장님은 이러한 나의 플레이를 보며 수비만으로는 탁구 실력에 한계가 있으니 공격을 해서 점수를 내야 한다고 줄곧 말씀하셨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수비만 해도 이기는데 굳이 무리한 공격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겨도 찜찜했다. 내가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상대의 실수에 기대는 것 같아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내 공격이 있어야 하는데 공격 없는 수비만 하다 보니 그러한 마음이 들었으리라.
이러한 연유로 수비 스타일의 탁구를 벗어나기 위해 공격형으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내 공격으로 점수를 내 게임을 이겨 보리라 마음먹었다. 돌아서 스매싱으로 카운터를 치는 연습도 공격형으로 가는 방법 중 하나다. 불나방이 되었다. 관장님은 나와 게임을 했던 상위 부수에게도 “앞으로 탁구가 발전하려면 화백만 지키는 수비 스타일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그는 “굳이 왜 무리를 해야 하냐? 돌아서 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라고 반박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고수한다. 버티기인가? 아니면 발전 가능성인가? '둘 중 어느 것이 어느 것이 맞을까?' 생각해 보았다. 각자의 선택이지 않을까? 그에게는 지금 그의 선택이 맞는 거고, 내게는 지금 내 선택이 맞을 뿐이다.
‘탁고’라는 유튜버가 있다. 그는 주위 사람들한테 "연결은 좋은데 한 방이 없다."는 이야기를 매번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이에 대해 코치이자 유투버 임창국은 “랠리가 먼저 만들어지는 사람이 있고, 한 방이 먼저 만들어지는 사람이 있다. 탁고는 랠리가 먼저 만들어진 사람이니 이제 한방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연결이 참 좋아. 그런데 한 방이 없어.”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이러한 연유로 서비스에 이은 3구 공격을 하라는, 돌아서 카운터를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장님 말이 더 와닿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게는 없는 그 한 방을 위해 돌아서 스매싱으로 기어이 상대를 뚫어 보겠다고 몸부림치나 보다. 닥치고 공격? 불나방이 되었다. 중간이 없네. 어쩌겠는가? 반반은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