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성 탁구인에게 드라이브란?(1)
(여자가 드라이브 거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
타 지역 1부 고수가 탁구장에 왔을 때의 일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여성 회원들만 그와 게임을 하게 되었다. 그가 각각의 여성회원들과 게임을 하는 동안 심판을 자청해 경기를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게임은 포핸드, 백핸드, 스매싱, 포핸드 스트로크로 진행되었다. 물론 조금 부수가 높은 여성 회원은 포핸드 커트와 백핸드 커트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역시 커트 랠리만 있을 뿐 어느 게임에서도 포핸드 드라이브나 백핸드 드라이브의 기술 구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커트 랠리 중 붕 뜨는 공만 스매싱이나 포핸드 스트로크로 점수를 낼 뿐이었다.
레슨 시 여성회원도 열심히 드라이브를 배운다. 하지만 막상 게임에서는 드라이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여성 회원에게 레슨과 게임에서 괴리가 가장 큰 것은 드라이브임에 틀림없다. 왜 여성 회원들은 게임 중에 드라이브를 구사하지 않는 걸까? '여성 회원에게 드라이브란 도대체 뭘까?'궁금해졌다. 주변 탁구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첫 번째는 1부 고수다. 그에게 "여자로서 드라이브를 어떻게 접근해야 해요?" 물었다. 그는 "남자의 경우 드라이브가 주 무기인 반면 여자의 경우는 드라이브가 주 무기가 아닌 보조수단이다. 남자는 드라이브를 하지 못하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없지만, 여자들의 경우 스매싱이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또한 남자만큼의 드라이브가 게임에 나오기 위해선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다."라고 답한다. 여자에게 드라이브는 보조수단이고 남자와 같은 드라이브 수준이 나오려면 어마 무시한 연습량이 필요하다? 오케이. 일단 접수.
두 번째는 관장님이다. "여성 회원들이 드라이브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그는 " 여성 회원 대부분이 커트 서비스를 넣지 못하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못 건다. 매번 드르륵 빠른 회전 서비스를 넣기에 3구에 드라이브를 걸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드라이브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커트 서비스를 넣을 줄 알아야 한다. 커트 서비스를 넣지 못하면 평생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포핸드, 백핸드, 스매싱만 구사하는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다."라고 답한다.
세 번째는 남성 회원들이다. "여성 회원들이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7부 회원은 "여자들의 경우 남자들보다 하체로 버텨 주는 힘이 없어 드라이브를 거는 게 힘들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드라이브를 배우는 추세니 배워보세요."라고 답한다. 유행이니 따라 하라는 건가? 찾고 있는 답이 아니다. 다시 5부 회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상위 부수(3부 이상)로 가기 위해서는 여자도 반드시 드라이브를 구사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상위 부수로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필수 코스라는 이야기다.
네 번째는 5부, 6부의 여성 회원들에게 "여자에게 드라이브란 무엇일까요?"를 물었다. 그녀들은 구력이 10년 이상으로 드라이브를 배우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커트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그녀들은 “여자들은 드라이브가 약해 의미가 없다. 남성 회원들과 게임할 때 약한 드라이브를 걸면 두드려 맞기 일쑤다.”라며 여자들이 드라이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다. 구장 내 최상위 부수인 그녀들이 드라이브가 쓸모없다고 하니 가뜩이나 귀가 얇은 난 더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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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는 3년 반 구력의 내게 물었다. “네게 드라이브란?” 아이고 잘 모르겠다. 솔직히 드라이브를 배우고 있음에도 이걸 배우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분명 레슨 시간에 드라이브를 배웠음에도 게임 중에 자신 있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다. "여자들은 원래 드라이브에 회전을 주기도 힘들고 약해서 의미가 없다."는 말이 들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귀가 팔랑팔랑 드라이브를 배우는 게 맞나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갈팡질팡, 대혼돈이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며 드라이브의 방향성과 기준을 잡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자에게 드라이브란 무엇인가?’란 주제의 글은 앞으로 드라이브를 배울 것인지, 배운다고 하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정리이자 다짐의 도구다. 여자가 드라이브 거는 것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에 갇혀 단조로운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드라이브를 배운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지? 가야 할 갈 길을 제대로 알고 가야겠다 싶어 이 글을 쓴다.
1부 고수의 말대로 남자만큼의 드라이브를 구사하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고,
관장님의 말대로라면 커트 서비스를 넣을 줄 알아야 한다.
5부 회원의 말대로라면 상위 부수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이지만,
여성 회원들의 말대로라면 드라이브가 약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드라이브의 파워나 회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7부 회원의 말대로 하체로 버텨 주는 힘이 부족한 여자로서 드라이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접근해야하나?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