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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여성 탁구인에게 드라이브란?(2)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

by 하늘

10년 구력의 한 여성회원은 "학교 다닐 때, 일할 때 한 번도 남자에게 밀린 적이 없었는데 탁구를 치기 시작하면서 남녀 차이를 확실하게 느낀다."라고 말한다. 탁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남성 회원이 금세 드라이브 구사하는 걸 보며 10년 넘게 탁구를 쳐도 드라이브를 자신 있게 못 거는 자신을 자책하며 한숨짓는다. 단지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차이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탁구장 코치의 대부분은 남자다. 이렇다 보니 남성 회원 위주의 레슨이다. 남성 회원 위주의 레슨이라기보다 남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레슨을 받는다. 분명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있을 텐데 말이다. 드라이브 영역에서 남녀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하체 힘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하체 힘이 부족한 여자들은 어떤 식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나? 남자들처럼 다리에 근육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팔의 근력도 남자들에 비해 약한 여자로서 드라이브 접근법이 분명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명쾌한 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

남녀 국가대표 간의 경기를 보면 내용 면에서 남녀 간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기본 연습 방식은 같더라도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여자로서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 기술을 익히고 연습하지 않을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정상에 있는 선수들인데 무조건 남자 선수들과 같은 방식으로 연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 국가대표들의 드라이브 접근방식이 궁금하다. 그대로 따라 하겠다는 게 아니다. 기준점 내지 접근방식을 알고 싶은 거다. 요점은 여자인 내가 드라이브를 구사하기 위해 신체적으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얼마만큼의 연습이 필요한지 알고 싶다.

'임창국의 핑퐁 타임'의 조현우 코치가 한 여성 회원에게 포핸드 드라이브를 가르치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며 레슨을 해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란 말이야!”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라 가면서 스윙을 벌려 치기가 어렵다. 여자들은 몸 쪽으로 당겨 치기가 좋으므로 최대한 스텝을 쪼개고, 왼발이 밀면 오른발이 가는 스텝으로 드라이브를 걸어라. 이러한 점이 여자와 남자가 드라이브를 걸 때의 차이점이다” 드라이브 걸 때 오른발만 가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관장님께 이 영상을 보여주니 “여자라고 두 발 다 가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박한다. 이렇듯 주장이 팽팽히 갈린다. 어쩌라는 건지 혼란스럽다. 명쾌히 정리해 주실 분 없나요?

주변에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여성 회원이 없어 더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그 회원의 연습방법, 연습량을 물어보고 따라 하면 될 텐데. 롤모델이 필요하다. 주변에 없다면 유튜브 영상에서 찾아보리라. 우선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회원을 찾았다. 적당한 사람이 있었다. 여성으로는 보기 드물게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자주 보는 유투버 중 한 명이다. 지역 5부 생활 체육인이라 롤모델로 삼기에도 적합하다. 그녀처럼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걸기 위해 연습하리라 마음먹었다. 드디어 롤모델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 나의 롤모델인 그녀의 ‘포핸드 드라이브’ 영상에 전직 여자 코치였던 분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영상 속 여성 회원의 스윙은 남자 오픈 4부 수준의 자세이며 남자 오픈 4부 수준의 스윙은 남자 초보의 경우 5-7년을 죽도록 노력해야 겨우 됩니다. 그런데 체력도 힘도 부족한 성인 초보 여성회원이 영상에 나오는 선수의 자세를 만든다고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릴 때 기본기를 다진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여성회원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탁구장에서 5년을 먹고 자고 연습을 한다고 해도 거의 힘듭니다. 어릴 때 기본 훈련을 받았든가, 아무리 탁구 욕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못 견딥니다.” 아니 그녀의 드라이브 스윙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 초보가 5-7년을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탁구장에서 5년을 먹고 자도 힘들다고? 드라이브 스윙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3년 반 구력의 난 갑자기 허탈해졌다.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연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거대한 산이 떡 버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열심히 달려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아직 드라이브는 시작도 안 했구나라는 느낌? 드라이브 스윙을 만들기 위해선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시간'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드라이브 스윙 하나 만드는 데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린단 말인가? 그래서 그렇게 남자 회원들이 레슨실에서, 그리고 탁구대에서 온 시간을 바쳐 드라이브만 주구장창 연습하는 거였군.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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