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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백핸드에서 내 스타일을 찾아라

by 하늘

포핸드에 비해 백핸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백핸드는 쇼트라고도 불린다. 쇼트 시 내 힘으로 공을 친다기보다는 공을 댄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공에 힘이 없어 탁구대의 엔딩 라인까지 공을 쭉 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코치에게 공격적인 백 푸시를 잘하고 싶다고 했더니 “실제 게임에는 백 푸시를 할 수 있는 공이 많지 않다. 백핸드는 보조수단일 뿐 결정구는 포핸드로 잡아야 한다. 오히려 맞 쇼트 시 공이 바운드되자마자 쇼트를 해 상대방 박자를 뺏는 게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코치와는 공이 바운드되자마자 쇼트를 하는 것으로 레슨 방향을 잡았다.

코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백 푸시에 대한 미련이 남아 탁구 로봇으로 백 푸시를 연습한다. 게임 중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백 푸시 연습을 하면 상대방 백 쪽 모서리 엔딩 라인으로 미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유투버 임창국 코치는 자신의 회원에게 백 푸시를 가르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백 푸시는 어려운 기술이다. 당장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 없다. 백 푸시를 연습하다 보면 플릭 좋아지고 손목 힘 좋아져서 백 드라이브 도 좋아진다. 그러면 된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그래. 한 번에 되는 건 없지. 과정이지. 나 역시 백 푸시 연습을 통해 손목 힘이 좋아져 플릭과 백 드라이브가 좋아지길 기대하며 연습하고 있다.

연습 중 '신체적인 문제 때문이 아닐까라?'라는 의문이 퍼뜩 고개를 쳐든다. 팔에 힘이 없어서 공을 힘 있게 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왜냐하면 백 푸시를 잘 구사하는 남성 회원들의 팔을 보면 근육과 힘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백 푸시를 하고 멈추는 순간을 보면 팔뚝에 힘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내 팔뚝을 바라본다. 근육의 흔적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남녀 근육량의 차이인가? 그래. 인정할 건 빨리 인정하고 이 지점부터 시작하자. 팔에 근육이 없다면 키우면 되지. 팔의 힘 기르기가 출발점이 된다. 팔에 힘이 생기길 기대하며 기계 볼로 공이 바운드되자마자 세게 치는 연습을 한다.

탁구 로봇과 백 푸시 연습을 하고 있노라면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관장님은 손목을 쓰면 안 되고 팔뚝이 나간다는 느낌으로 쳐야 한단다. “팔뚝 팔뚝”을 중얼거리며 팔뚝이 나가는 느낌으로 치려고 한다. 세게 치려다 보니 팔꿈치가 점점 올라간다. 코치는 팔꿈치가 올라가니 힘을 못 주는 것이니 팔꿈치를 내리라고 말한다. 한 회원은 "라켓을 열어서도 백 푸시를 해 보세요"라고 조언한다.

쇼트를 세게 하려다 보니 기본기 레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화백 전환 시 일어난다. 예전에는 쇼트를 대는 스윙, 즉 팔을 쭉 뻗지 않아서 화백 전환이 쉬웠는데 쇼트를 할 때 팔을 펴서 하는 스윙으로 바꾸다 보니 스윙을 하고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백 전환의 밸런스가 깨졌다. 당연히 미스하지 않았던 포핸드 공들을 범실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여기에 더해 코치가 지적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백핸드 시 라켓을 올리면서 쳐야 하는데 누르듯이 깎아 친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고수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쇼트가 깔려 온다는 것이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아이고! 혼란스럽다. 힘 있게 백핸드를 치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백 쪽 모서리로 쭉쭉 길게 보내는 여성 회원들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나도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공을 보내고 싶다고요. 코치에게 따라 하고 싶은 한 여성 유투버의 백핸드 동영상을 보여주며 나와의 차이점을 물었다. 팔을 앞으로 쭉 뻗는 것, 공의 속도, 뒷 스윙 없이 공을 앞에서 치는 것이 다른 점이란다. 오케이. ‘이 세 가지를 연습 목표로 삼자.’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방향성은 잡았고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마침 유투버 신탁구신코치의 “쇼트 스윙도 다르고, 장단점도 다르고...”라는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조현우 코치와 장애인 탁구 생활체육 감독인 JH박 감독과 신현호 코치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쇼트 스윙법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비교 영상을 찍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현우 코치는 “탁구는 사람에 따라서 누구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저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 되지?’라고 속상해할 필요 없다. 같은 전형이라도 사람마다 손 모양, 그립,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색깔을 빨리 찾는 게 필요하다.” 탁구는 사람에 따라 누구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 이 놈의 걸 인지하지 못해서 누구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누구는 이렇게 하라고 하는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 매번 길을 잃고 헤맸다. 나 같은 생활체육인에게는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조언이 어떤 기술적인 조언보다도 절실하다.

이 영상은 어깨와 팔꿈치까지 쭉쭉 펴 주고 손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공이 맞을 때 밀어주는 JH박 감독과 공이 맞을 때만 톡톡 쳐 주는 신 코치의 쇼트 스윙법을 비교한다. JH박 감독의 경우 공을 오래 가져가는 느낌과 면이 확실하게 두껍고 바로 때릴 것 같은 느낌이 있는 반면에 신 코치는 짧게 가져가는 느낌과 공을 톡톡 치다가 공을 깔리게 보내거나 빼는 스타일이다. JH박 감독은 "제 쇼트의 장점은 세게 치면 후련하고 손의 울림이나 맞는 느낌이 좋다. 그러나 강하게만 치는 스타일이라 신 코치처럼 실속 있게 달래면서 치는 탁구 스타일이 부럽다."라고 말한다. 신 코치는 " 제 쇼트의 장점은 코스를 깊게 뺄 수 있고 코스에 대한 정확성이 높다. 그러나 때로는 상대가 받든 지 말든지 대포처럼 뚫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게 아쉽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의 스윙법이 부럽다고 한다.

아! 코치들의 쇼트 스윙법이 이렇게 다르다니. 심지어 서로의 스윙법을 부러워하다니! 여기에 펜 홀더 전형인 조현우 코치는 같은 쇼트 공인데도 순간적으로 면을 정타로도 맞추고 빗겨도 맞추고 튕겨서도 맞출 수 있단다. 정타만이 올바른 타법인 줄 알았던 난 놀랐다. JH박 감독의 쇼트 스윙법, 즉 정타로 치는 방법만이 정답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아 속상했다. 신현호 코치의 깔리게 치는 스윙법과 조현우 코치의 빗겨 맞추고, 튕겨서 맞추는 스윙법은 잘못된 스윙법인 줄만 알았다. '정타만이 제대로 치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에 다양한 쇼트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좁디좁은 쇼트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말인가? '정타만이 정답이다.'라는 세계 말이다. 생각이 확장되고 쇼트의 범위가 확장됨을 느낀다.

그러나 스윙법이 다른 그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쇼트에서는 박자가 제일 중요하다. 박자는 곧 타이밍을 의미한다. 내가 나가면 상대가 빼고 내가 빼면 상대는 나가야 한다. 이 박자를 유지해야 하고 나가고 빼고 가 톱질하듯이 맞물려야 한다. 연습할 때 항상 이것을 생각하면서 해 봐라. 스윙, 감, 면은 각기 다르지만 하나, 둘이라는 박자는 정확하게 교과서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신 코치처럼 짧게 끊을 건지, JH박 감독처럼 밀고 들어갈 건지는 쇼트의 박자감 유지를 잘하고 난 후 취향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자감 유지? 그렇다. 상대가 세게 쳤는데 나 역시 세게 쳐서 공이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상대가 천천히 쳤는데 내가 빠르게 치는 경우도 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박자감 유지의 문제인가? “어떤 스윙을 배우고 어느 정도 모양이 바뀔 순 있어도 본인의 색깔은 항상 있다는 것. 아직 모를 뿐이다.”라는 마지막 말도 인상적이다. 그들은 쇼트라는 큰 틀에서 각기 다른 스윙법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하고 쇼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박자이며 박자감을 충분히 연습한 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쇼트의 방향성을 잡으라고 한다. 큰 틀에서 쇼트를 바라보고, 개개인에 맞는 방법은 자신의 취향대로 가야 한다는 이러한 접근법이 마음에 든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백핸드에서 내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박자감 유지를 위해 쇼트 랠리 시 항상 생각하면서 연습해야겠다. 또한 JH박 감독의 정타를 맞추는 쇼트 스윙 법만 고집하지 말고 나의 누르듯이 치는 쇼트도 또 하나의 스윙법이라는 것을 나 자신부터 인정해야겠다. 나 역시 신현호 코치처럼 쇼트를 누르듯이 깔리게 치는 스타일이다. 알고 보니 이게 또 다른 스윙법이란다. 길을 잃은 줄 알았는데 이 길도 여러 길 중 하나라니. 이래서 뭐든 공부가 필요한가 보다.

그런데 신현호 코치와 JH박 감독은 서로의 스윙법을 부러워했다. 그러면 두 사람의 스윙법을 다 가지는 건 불가능한가? 예전에 한 고수는 나의 깔리는 쇼트를 보며 "깔리는 쇼트도 장점이 있으니 정타로 치는 쇼트와 지금 하는 쇼트, 둘 다를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두 코치도 불가능한데 내가 가능할까? 두 코치는 자신의 스윙법에서 자신의 색깔을 이미 찾은 걸까? 신현호 코치 스타일에 가까운 난 JH박 감독처럼 정타도 치고 싶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빨리 노선을 정해 내 색깔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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