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아마추어 출신 코치님? 선수 출신 코치님?
(누군가에게는 맞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아마추어 출신 코치는 생체인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탁구를 배웠기 때문에 생체인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선수 출신 코치는 원리보다는 훈련에 의해 몸으로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디테일한 질문을 하면 설명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한 상위 부수가 아마추어 출신 코치와 선수 출신 코치의 차이점을 묻는 내게 말한다.
“그럼 고수님은 누구한테 배우셨어요?"라고 묻자 그는 "나는 다 선수출신한테 배웠지요."라고 답한다. 여태 아마추어 출신 코치를 칭찬하더니 본인은 선수 출신 코치한테 배웠다고? 이건 뭐지? 예전에 나를 가르쳤던 코치가 생각났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마추어 1부가 되었고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탁구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에게도 선수 출신 코치와 아마추어 출신 코치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의 입에서는 당연히 ”별다른 차이점은 없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코치님은 누구한테 배우셨어요?”라고 물었더니 그 역시 "전부 선수 출신이었어요."라고 답한다. 차이점이 없다더니 자신은 선수 출신한테 배웠다고? 이 둘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회원들도 선수 출신의 코치를 선호한다.
내가 다니는 탁구장에는 아마추어 1부 출신의 관장님과 선수 출신의 최 코치가 있다. 최 코치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군대 가기 전 아버지의 탁구장에서 1년 반 넘게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출신 코치와 선수 출신 코치가 한 공간에 상주하고 있다. 탁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회원들은 관장님께 레슨 받는다. 나머지 회원들은 최 코치에게 레슨 받는다. 관장님과 최 코치 양쪽을 오가며 레슨 받는 회원도 있다.
당연히 레슨법에도 차이가 있다. 관장님은 "같은 생활체육인으로서 생체인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생체인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치려고 항상 연구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레슨법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알아듣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표현법과 접근법을 제시한다. 매달 주제가 바뀐다. 그럼 선수 출신 최 코치의 레슨법은 어떨까? 간단하다. 기본 시스템이 있고, 볼박스를 통해 그 시스템을 저절로 하게 하면서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말해주는 식이다. 내 경우 매번 듣는 지적은 "포핸드 드라이브 할 때 팔을 당기지 말고 앞으로 쭉 뻗어라. 백 드라이브할 때 라켓을 엎지 말아라." 등이다. 이렇듯 고쳐야 할 점은 매번 비슷하다. 관장님의 레슨법에는 그 기술을 구사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이 있는 반면 최 코치의 레슨법에는 일관성이 존재한다.
최 코치가 오기 전 관장님께 레슨을 받았다. 관장님의 말대로 레슨법은 이해하기 쉬웠지만 매달 바뀌는 레슨법의 다양성은 초보인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분명히 "포핸드 드라이브를 할 때 오른발로 공을 잡고 왼다리를 차면서 드라이브해라."라고 말했는데 이번달에는 "포핸드 드라이브 할 때 오른발을 돌릴 때 공을 맞춰라." 요구한다. 지난달에 배운 레슨법이 몸에 익지도 않았는데 이번 달에는 또 다른 방법을 요구하니 머릿속이 뒤엉켜버렸다. 관장님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말이다."라고 말했지만 내게는 다 다른 말로 들렸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드라이브를 생체인에게 맞게 가르치려는 관장님의 의도는 좋았으나 내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드라이브에 대한 확실한 기준점이 필요한 내게 다양한 접근법은 맞지 않았다. 틀렸다는 게 아니다. 일관성을 좋아하는 성향인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모든 기술에 대한 기준점이 생겼다. 1년 6개월을 거의 똑같은 시스템으로 레슨 받고 있다. 이 레슨의 장점은 각각의 기술에 기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핸드와 백핸드는 이렇게,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는 이렇게 등등 나름의 기준점이 있다. 최 코치는 이러한 기준점을 세워놓고, 회원이 기준점을 벗어날 경우 안 되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각각의 기술에 맞는 스윙법을 요구한다. 워낙 짜인 시스템을 좋아하고 반복을 통해 기술을 몸에 각인시키는 걸 좋아하는 난 최 코치의 레슨 스타일이 맞는다. 뭔가 하나를 정해놓고 질릴 때까지 반복하는 걸 좋아하는 기질에 맞는 것이다.
이러한 나와는 달리 관장님께 레슨을 받고 있는 한 회원은 "선수 출신 코치에게 레슨 받은 적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설명 없이, 거의 말없이 레슨을 해 엄청 힘들었다. 선수 출신 코치들은 훈련에 의해 몸으로 탁구 기술을 익혔기에 레슨 할 때 표현력이 떨어진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나는 관장님의 다양한 표현과 다양한 접근법이 기질에 맞는다. 특히 디테일한 설명이 마음에 든다. 어떤 코치에게서도 이렇게 자세한 설명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관장님의 레슨법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그에게는 최코치 역시 말이 거의 없는 코치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맞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다.
관장님과 최코치 둘 다에게 레슨을 받는 7부 남성 회원은 일주일에 두 번은 최 코치에게, 두 번은 관장님께 레슨 받는다. 최 코치에게는 기본적인 것을 배워 기준을 세우고, 디테일한 부분들은 관장님께 배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올해 포핸드 드라이브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관장님은 이 회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드라이브 시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라."라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관장님의 레슨법대로 그 방법을 몸에 익히기 위해 며칠을 맹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코치에게 제동이 걸렸다. 최 코치는 "왜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냐? 골반만 이동해라."며 자신의 골반을 틀며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그는 어떤 레슨법을 선택했을까? 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 물어보니 "내 경우에는 골반 이동보다는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드라이브가 더 잘 되더라. 그래서 관장님 레슨법을 선택했다."라며 자신의 선택을 만족스러워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7부 회원의 경우 구력 6년에 선수 출신 코치와 아마추어 출신 코치 5명에게서 배운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레슨법이 무엇인지 취사선택하는 눈을 가지게 되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구력이 짧은 내가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아직도 둘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똑같은 레슨법도 받아들이는 회원에 따라 이렇듯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선수 출신의 코치를 선호한다는 말은 어쩌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최 코치에게 레슨 받던 회원들 다수가 관장님께 다시 레슨 받겠다고 옮기는 걸 보면 말이다. 확실히 자기에게 맞는 코치는 따로 있나 보다. 아마추어 출신 코치냐 선수 출신 코치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성향에 맞는 코치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맞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