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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펜홀더 전형 코치와 셰이크 전형 코치의 차이점?

(이제야 전형별 코치의 차이점이 궁금한 1인입니다)

by 하늘

"서비스는 왜 넣는 거야? 목적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서비스 넣고 바로 공격해야지."

관장님의 탁구 철학은 자칭 고급진 탁구로 서비스를 넣고 3구에 공격을 해서 점수를 내는 것이다. "서비스 넣고 돌아서 스매싱이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가 관장님의 슬로건이다. 레슨은 부수를 막론하고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이든 드라이브든 칠 줄 알아야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된다. 레슨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 역시 서비스를 넣고 돌아서 스매싱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라고 배웠다. 포핸드, 백핸드도 어설픈데 돌아서 치라고 하니 잘 될 리 없다. 상위 부수로 가려면 한참이나 먼 것 같은데 "상위 부수 중 돌아서 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자신의 레슨철학을 재차 강조한다. "자꾸 상위 부수 상위 부수 하시는데 저는 8부라고요. 관장님."


레슨실에서는 관장님의 레슨법대로 배우지만 레슨실 밖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이 셰이크 전형인 회원들은 돌아서 치기보다는 백핸드 비중이 높은 플레이를 한다. 상위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레슨은 이상일뿐 현실은 언제나 이상을 쫓아가기 버겁다. 관장님은 "셰이크여도 돌아서 칠 줄 알아야 고급진 탁구다. 저 회원 좀 봐라. 상위부수여도 실력이 매일 제자리이지 않냐? 백 쪽만 지키고 돌아서 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한탄한다. 펜홀더 전형이어서 돌아서 치는 걸 강조하는 걸까? 펜홀더 전형은 백핸드가 약하기 때문에 돌아서 포핸드로 공격하는 플레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원들에게도 돌아서 치는 걸 강조하는 걸까?


3년 구력의 여성 회원이 있었다. 다른 운동을 수십 년간 해 왔기에 관장님의 레슨법을 다른 회원들보다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관장님의 레슨법을 구사하기 위해 거의 탁구장에 살다시피 하며 레슨과 연습을 병행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서비스에 이어 자동으로 돌기 시작했고, 돌아서 치는 것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관장님의 탁구 스타일과 가장 유사한 탁구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관장님은 그녀의 탁구 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고급진 탁구냐?"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유로 탁구장을 옮긴 그녀는 셰이크 전형의 코치로부터 "쓸데없이 돌아서 치는데요. 셰이크의 장점은 백핸드인데 무턱대고 돌아서 치니 셰이크 전형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무조건 도는 게 능사는 아니더라. 지금은 코치님 말대로 셰이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돌아서 치는 비중은 줄이고 백핸드와 백 드라이브를 강화하기 위한 레슨을 받고 있어. 그런데 자동으로 돌아서 치던 버릇이 몸에 배어 있어 한참 고생할 거 같아." 라며 힘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진정 펜홀더 전형 코치와 셰이크 전형 코치의 차이인가?


이전에도 펜홀더 전형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라켓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펜홀더와 셰이크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였다. 포핸드 스윙을 교정받느라 정신이 없을 무렵, 비슷한 구력의 남자 회원이 "셰이크 전형은 셰이크 전형 코치에게 레슨을 받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그만뒀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별 관심이 없었다. 이제야 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백핸드가 자유롭지 못한 펜 홀더 전형이기에 코칭도 포핸드와 백핸드의 밸런스가 맞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지 않았을까? 이제야 전형별 코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관장님께 펜홀더 전형 코치와 셰이크 전형 코치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뭐가 틀리겠어? 탁구 원리는 다 똑같다."라는 심플한 답변을 한다. 궁금한 걸 못 참는 난 바로 이 회원, 저 회원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떤 회원은 "탁구 라켓을 잡는 그립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냐? 스윙도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가? 어느 회원은 "운동 메커니즘은 똑같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틀리다." 그니까 디테일하게 뭐가 틀리냐고요? 정확히 뭐가 틀린 지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다들 두루뭉술한 답변들이다. 하지만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같다. "이왕이면 셰이크는 셰이크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 그럼 난 펜홀더 전형 코치에게 배우고 있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세계적인 탁구 트렌드도 백핸드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포핸드는 기본이고 백핸드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잘 구사하는지가 선수들의 실력을 가른다. 생활체육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정구는 포핸드로 내야 한다.'는 명백한 팩트가 있음에도 백핸드 비중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대세이자 흐름이다. 여기에 펜홀더 전형 코치보다는 셰이크 전형의 코치가 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셰이크 전형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생활체육인의 지도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뭔가를 인식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3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펜홀더 전형과 셰이크 전형 코치의 레슨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탁구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펜홀더 전형 코치와 셰이크 전형 코치. 이 둘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같은 전형의 코치에게 레슨 받는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고민할 가치가 1도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셰이크 전형인데 펜홀더 전형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알아보고, 고민해 볼 문제다. 관장님의 말처럼 탁구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접근법과 방향성이 다를 뿐. 어마어마한 차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내 탁구에 접목시켜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항상 생각하고 모르면 물어보면서 해결하는 수밖에.


전형별 코치에 대한 글을 쓰며 느낀 점이 있다면 탁구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탁구 전반에 대한 지식도 함께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탁구기술은 단지 탁구라는 거대한 숲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분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탁구라는 큰 틀에 대한 공부 역시 병행해야 한다. 탁구의 큰 틀 혹은 탁구의 메커니즘을 알면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셰이크 전형으로서 난 셰이크의 이점을 잘 살리고 있는지? 펜홀더 관장님의 고급진 탁구를 세이크 전형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하는지? "최고의 훈련은 자기 객관화"라는 말이 있다. 전형별 코치에 대한 생각해 보는 것도 자기 객관화의 일종이지 않을까? 질문은 많은데 오늘도 명확한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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