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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참관기(1)

(삼성생명 대 국군 체육부대)

by 하늘

TV에서 탁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긴 했지만 탁구 경기를 직관한 적은 없었다. 운동 문외한이지만 가족들과 농구, 야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은 있다. 작년에는 한국에 방한한 토트넘(잉글랜드)과 세비아(스페인)의 축구 경기를 보았다.


2022년 7월 16일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 예매분은 판매 20분 만에 매진되었는데 이러한 어마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티켓팅에 성공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딸이 PC방까지 달려가 이뤄낸 쾌거였다. 원하는 자리가 아닌 경기장 끄트머리 자리였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내 생전 그렇게 유명한 선수들의 경기를 언제 관람할 수 있겠는가? 모두 한 마음이었나 보다. 나를 포함한 43,998의 관중은 손흥민, 케인이 공을 잡거나 전광판에 비치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마저도 어느새 토트넘의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렇듯 관심 없는 종목도 보러 가는데 구력 5년이 되어가는 탁구 생활 체육인으로서 탁구 프로 리그 관람은 필수이지 않을까? '프로 선수들은 어떻게 탁구를 칠까?' 궁금했다. 마침 작년에 시작된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가 올해도 열려 ‘삼성생명 대 국군 체육부대’의 경기를 수원 광교 씨름체육관 안에 마련된 전용 경기장 ‘스튜디오 T’에서 볼 수 있었다. 티켓팅은 전에도 프로리그를 관람한 적 있는 고수님이 담당했고 탁구장 사람들과 난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가 구한 좌석은 1층 FLOOR석으로 VIP석이었다. 탁구대 앞 좌석에서 네 번째 열이니 바로 눈앞에서 시합을 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앉아 있던 VIP석은 총 40석이었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었다. 나중에 중계된 화면을 보니 약 30명이 조금 넘는 관중이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꽤 가까운 자리에서 게임을 보게 되어 기뻤지만 관중이 없어도 너무 없어 탁구라는 종목에 대한 인기도를 체감할 수 있어 씁쓸했다. 아무리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프로리그지만 수 십 명 밖에 되지 않는 관중들 앞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니! 괜스레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음과 같은 멘트를 한다. “조금 아쉽다면 탁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정말 이 체육관을 꽉 채워서 응원해 주신다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한 여성 팬이 삼성생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삼성생명 파이팅”을 외친다. 그러나 그녀만이 응원구호를 외칠 뿐 나를 포함한 관중들은 조용하게 때로는 근엄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본다. 옆자리에 있던 고수님이 갑자기 “이런 분위기에서 하늘 씨는 ‘장우진 파이팅!’이라고 외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 난 절레절레 손을 흔들며 “못합니다.”라 답하고 는 삼성생명 선수에게 밀리고 있는 장우진 선수에게 "장우진 파이팅 "이라고 외친다. 그가 선창 했으니 묻어가는 수밖에. 냉큼 "장우진 파이팅"을 외치지만 쑥스럽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분위기 탓인가? 그는 “탁구를 치는 연령대가 높다 보니 관중 연령도 높다. 젊은이들처럼 격하게 응원하는 사람들이 없어 경기장 분위기가 조용한 거다. "라며 관중들이 조용한 이유를 설명한다. 단지 그 이유 때문인가?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탁구를 많이 치던데. 그 젊은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갑자기 정영식 선수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탁구가 왜 인기가 없을까요?"라는 유투버 탁뀨의 질문에 “탁구는 보는 것보다 치는 게 더 재미있는 운동이에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다들 본인 탁구를 치느라 프로리그 관람을 하지 않는 걸까? 구장 사람들에게 프로리그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을 때 몇몇은 “근처 다른 지역 탁구리그전에 참가해야 한다.”며 거절했었다. 탁구는 정말 보는 것보다 치는 게 더 재미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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